“한국영화 이끌어갈 감독 배출하는 ‘창작의 놀이터’ 됐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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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View]변승민 레진스튜디오 대표

변승민 레진스튜디오 대표가 27일 개봉한 영화 ‘초미의 관심사’ 포스터 앞에 섰다. 그는 “‘살인의 추억’ ‘라라랜드’ ‘부당거래’처럼 시간이 흘러도 의미가 희석되지 않고, 중간부터 봐도 계속 보게 되는 힘을 가진 명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변승민 레진스튜디오 대표가 27일 개봉한 영화 ‘초미의 관심사’ 포스터 앞에 섰다. 그는 “‘살인의 추억’ ‘라라랜드’ ‘부당거래’처럼 시간이 흘러도 의미가 희석되지 않고, 중간부터 봐도 계속 보게 되는 힘을 가진 명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내에서 영화 배급 투자 제작을 모두 경험해본 영화인은 손에 꼽힌다. 대부분은 영화업계에서 30년은 족히 몸담은 사람들이다. 콘텐츠 제작사 ‘레진스튜디오’ 변승민 대표(38)의 이력은 그래서 특별하다. 불혹의 나이 이전에 투자배급사 ‘뉴’에서 6년, 워너브러더스코리아에서 3년, 레진스튜디오에서 1년 반 등 투자 배급 제작을 모두 경험했다. 대학 시절과 졸업 직후 충무로에서 연출부 생활을 했던 것까지 합치면 실무와 이론을 모두 거쳤다. 몸이 편해질 만하면 새로운 곳으로 훌쩍 떠나는 변 대표를 7일 서울 강남구 레진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만났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모조리 영화관에 가서 볼 정도로 좋아했어요. 자연스럽게 연출부터 제작, 투자까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어요. 그 호기심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레진스튜디오 대표를 맡은 건 영화를 넘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을 경험하고 싶어서다. 올해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쓴 tvN 드라마 ‘방법’, 조민수와 가수 치타가 주연을 맡은 영화 ‘초미의 관심사’를 제작하며 영화와 드라마 양쪽을 오갔다. 글로벌 웹툰 기업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최대 주주인 만큼 레진코믹스가 보유한 웹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2차 저작물도 만들 수 있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아만자’를 원작으로 한 ‘숏폼’(짧은 형식) 웹 무비가 신호탄이다. 아만자는 김 작가가 아버지의 투병 생활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쓴 26세 말기 암 환자 박동명의 투병기다. 아만자는 올해 3분기(7∼9월) 선보일 예정이다.

“박동명이 꿈속에서 ‘사막의 왕’을 찾아가는 판타지가 그려지는데 이 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어요. 레진코믹스가 보유한 수많은 웹툰 IP를 무기로 드라마와 영화, 숏폼,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웹툰 원작 콘텐츠 비중이 20% 정도인데 점차 늘려갈 계획입니다.”

원작을 잘 담아낼 ‘그릇’을 찾는 것이 변 대표의 숙제 중 하나다. 그는 원작이 가진 ‘리듬’을 강조했다. 웹툰에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질 만한 ‘훅(hook)’이 매회 들어간다. 웹툰 전체로 보면 수십∼수백 개의 훅이 있는 셈인데 모든 훅을 영상에 다 넣긴 힘들다. 훅을 빼고 합치는 각색 과정이 웹툰 2차 저작물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아만자는 회당 15분 길이의 숏폼으로 10회분을 제작했고, 같은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로 제작했어요. 영화나 드라마의 호흡으로 가는 게 좋은 작품과, 웹툰의 리듬을 살릴 수 있는 숏폼으로 만드는 게 좋은 작품이 있어요. 각 웹툰이 가진 리듬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해요.”

넓고 깊은 마블의 세계관을 팬들이 ‘유니버스’라 칭하는 것처럼 변 대표 역시 레진의 ‘유니버스’ 구축을 위한 시동을 거는 중이다. 웹툰을 단일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을 넘어 동일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를 동시에 기획하려는 시도다. 드라마 ‘방법’의 후속으로 선보이는 영화 ‘재차의’(가제)가 스타트를 끊었다. 레진코믹스 웹툰 ‘유쾌한 왕따’를 활용한 세계관의 확장은 더욱 다채롭다. 유쾌한 왕따는 지진이 일어나 세상이 무너진 뒤 일어나는 권력관계의 재편을 그렸다.

“유쾌한 왕따 IP를 기반으로 드라마 2개, 영화 2개 정도를 선보일 생각이에요. 세계관의 확장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을 때 얻는 효과는 어마어마해요. 영화의 스펙터클한 VFX(시각특수효과)를 드라마에서 차용할 수도 있고, 캐릭터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등장할 수도 있죠.”

변 대표는 정현종 시인의 시 한 구절처럼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감독과 미팅을 하기 전 그가 만든 단편영화까지 찾아보고, 자주 가는 카페나 요즘 좋아하는 장소를 물어보고 그곳에서 만난다. 사무실에서 얼굴 맞대는 것보다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다. 창작자가 쓰는 언어를 이해하는 깊이에 따라 함께 만들 수 있는 작품의 깊이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평단이 감독을 키우는 시대는 지났어요. 워너브러더스의 경우 1번 타자가 스탠리 큐브릭이었고, 2번 타자는 크리스토퍼 놀런이었던 것처럼 레진스튜디오가 한국 영화를 이끌어갈 감독을 배출해내는, 창작자의 놀이터가 됐으면 합니다.”

○ 변승민 레진스튜디오 대표는…

▽1982년 2월생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졸업
▽2009∼2011년 ‘NEW’ 배급팀. ‘시’ ‘해결사’ ‘초능력자’ ‘뉴문’ 배급
▽2011∼2015년 ‘NEW’ 한국영화팀. ‘7번방의 선물’ ‘신세계’ ‘피에타’ ‘스물’ 등 투자 책임
▽2015∼2018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국영화팀장. ‘밀정’ ‘마녀’ ‘나를 찾아줘’ 등 투자 총괄
▽2018년∼현재 레진스튜디오 대표. 드라마 ‘방법’, 영화 ‘초미의 관심사’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변승민#레진스튜디오#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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