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막힌 신혼부부, 서울-제주 ‘럭셔리 호캉스’로 기분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0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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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수영장 및 객실
서울신라호텔 수영장 및 객실
지난 달 결혼식을 치른 김모 씨(여·29)는 인도양 중북부에 위치한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나려다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은 당분간 실현 불가능한 꿈이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하반기(7~12월) 중 해외여행을 기약하며 국내 특급 호텔에서의 호캉스로 신혼여행을 대신했다. 김 씨는 “결혼식 후 비행기나 자동차로 또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보다 서울에서 푹 쉬며 놀기로 했다”면서 “2개의 호텔에서 1박씩 하며 멋진 전망도 즐기고, 야외 수영장에선 휴양지 기분도 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 길’이 막히자 최근 결혼식을 치른 신혼부부들이 국내 호텔로 여행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 국내 여행엔 큰 문제가 없겠다는 인식이 생겼고, 국내 호텔업계가 신혼부부를 겨냥한 이색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어져서다.

1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3월 제주신라호텔에서 7년 만에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를 내놓은 데 이어 5월 서울신라호텔에서도 5년 만에 ‘어번 허니문’ 패키지를 내놨다. 해외 신혼여행이 일반화되면서 사라졌던 신혼부부용 상품이 재등장한 것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제주의 경우 4월 허니문 패키지가 3월 대비 2배 이상 판매됐고, 최근에도 전체 객실예약 중 20%가량이 신혼여행 문의”라며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것으로 판단해 허니문 패키지 운영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호캉스를 택한 신혼부부들의 선택은 크게 2가지로 나뉘고 있다. 우선 평소 가보고 싶던 서울 도심의 특급호텔을 택해 아낌없이 소비해 보는 유형이다. 서울신라호텔, 시그니엘서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등 가격과 서비스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곳을 택해 휴식과 여유, 사치스러움 등을 누리는 것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해외여행 계획이 없고 국내 호캉스에 온전히 투자하는 신혼부부들은 비교적 더 높은 객실 타입을 선택하고, 하반기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좀 더 알뜰한 호캉스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를 비롯해 강원도, 부산 등 천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을 택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이국적인 풍경의 제주도는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이전까지 신혼여행의 메카였던 곳으로, 최근 해외여행의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다. 16일 결혼 예정인 전모 씨(30)는 “제주도에서만 6박7일을 보내며 호텔 3곳에서 지내기로 했다”면서 “제주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마음껏 찍고 맛집 탐방을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9일 결혼한 뒤 강원도로 신혼여행을 떠난 30대 조모 씨는 “하와이로 계획했던 여행이 물거품이 되면서 강원도를 택했다”면서 “3박4일 일정 동안 강릉의 5성급 호텔인 씨마크 호텔을 포함해 2개 호텔에서 묵고, 마음에 들면 좀 더 있다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텔업계는 국내로 눈을 돌린 신혼부부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인 ‘어번 아일랜드’를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수영복 무료 세탁 서비스까지 제공해 도심에서 휴양지 기분을 낼 수 있게 했다. 시그니엘서울은 청첩장 지참 시 객실 등급을 높여주고, 식음료장과 스파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50만 원 상당의 이용권을 준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숙박 상품에 ‘페스타 바이 민구’의 디너 코스 2인, 반얀트리 스파 60분 트리트먼트 2인을 포함했다.

제주신라호텔은 연회장을 1980년대 예식장 분위기로 꾸미고 ‘뉴트로’ 콘셉트의 사진촬영을 할 수 있게 했다. 부케, 베일, 부토니아 등 소품도 대여해준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는 조식과 케이크·와인을 룸서비스 해주고, 3박 이상 스위트룸 투숙 시 제네시스 G70을 투숙 기간 동안 무료로 빌려준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객실에서 코스 요리를 제공하고, 테마파크 및 스파 할인 혜택을 준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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