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민현식]진화하는 국어사전 ‘우리말샘’ 사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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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식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민현식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은 조선어학회(한글학회)가 지은 ‘큰사전’(1947년) 머리말에서 “말이 문화의 표상이며 제 사전을 갖지 못하면 문화 향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큰사전’은 일제 암흑기에 선열들의 준비와 희생이 있었기에 사전 편찬에 이어 ‘한글맞춤법’ 규정이 제정되고, 국어교육도 신속히 회복되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이달 5일 국립국어원의 참여형 국어사전 ‘우리말샘’이 개통되었다. 100만 항목 규모에 어휘사, 음성·영상, 어휘 지도, 수어(手語) 정보까지 갖춘 한국어 문화정보의 집합체로서, 단일어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사전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많은 말을 한데 모은 적이 없었기에 국가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국어학계를 비롯한 각 전문 분야의 축적된 경험 덕분에 나온 것이며, 앞으로도 일반 국민과 전문가의 참여로 양과 질이 날로 드높아지는 문화의 터전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말샘’에 날마다 올라올 수많은 제안의 검토와 감수를 신속하고도 내실 있게 하려면 정규 인력과 예산 지원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로 감수단을 구성하고 그 권위를 높여야 양질의 사전으로 유지될 것이다. 지식 정보 사회의 수준을 가늠할 전문용어의 보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샘’은 온 국민의 창조적 지혜와 능력의 샘이 되어 선진 한국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말도 안 되는 비속 유행어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 어느 누구도 거짓 정보를 진짜로 꾸며 올려 지식의 샘에 독을 타면 안 된다. 말샘에서 퍼 올린 시어가 상처받은 이들을 살리는 소통과 위로의 약수가 되어야 한다. 신세대에서 노인의 말까지 아울러 국민 소통의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우리말샘’은 참여형 사전이므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성패를 좌우한다. 여기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국어 지식이 담뿍 쏟아지면 좋겠다. 그것이 이번에 등재어 1호가 된 ‘재능 나눔’의 참뜻일 것이다. 족보에 이름 석 자 남기기보다 우리말 족보인 ‘우리말샘’에 어머니에게 듣던 토박이말, 자기 분야 전문어 하나라도 실명으로 정성껏 올려서 자랑스러운 조상이 되어 보자. 누구나 ‘우리말샘’ 약수터를 찾아 음미해 보고 ‘우리말샘’을 온누리 한국어 지혜와 소통의 약수터로 정성껏 가꾸어 보자.

민현식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국어사전#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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