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 ‘성매매 혐의’ 이수 꼭 뽑아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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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5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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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한숨이 가득한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일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엠씨 더 맥스 이수가 타이틀롤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뮤지컬 팬들의 공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는 200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하지만 초범임을 감안해 2010년 5월 성매매 재범방지교육 이수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실형은 면했지만 대중의 따가운 시선은 면하지 못했다. 5년이 지난 2015년 MBC ‘나는 가수다 시즌3’에서 복귀를 하려던 그는 환영받지 못한 채 방송을 앞두고 하차를 했다. 아직까지 대중에게 나서기엔 멀었다는 결론을 내린 듯했고 음원과 콘서트 등으로 활동 폭을 제한했다.

그런데 복귀논란이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뮤지컬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뮤지컬 팬들에게 ‘이수’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말았다. 공연 커뮤니티에는 ‘모차르트!’ 공연을 보이콧하자는 글이 쏟아지고 있고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와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에 항의전화를 걸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확인한 결과, 실제로 제작사와 공연장 쪽에 민원이 들어가고 있고 서울 시청과 아동인권센터에도 문의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들이 격분하는 이유는 일리 있는 사정이 있다. 지난해 같은 제작사에서 공연한 ‘엘리자벳’은 연예사병으로 군복무 중 ‘안마 시술로’를 출입을 해 논란을 일으킨 가수 세븐의 복귀작이었다. 또한 마약혐의를 인정하고 입대한 주지훈이 제대 후 선택한 작품 역시 뮤지컬 ‘닥터 지바고’(2012·제작 오디뮤지컬컴퍼니)였다. 다만 그는 공연을 앞두고 성대결절로 하차해 무대에 서지는 못 했다. 이런 탓에 뮤지컬 팬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대중매체에 당장 나설 수 없는 연예인들이 차선책으로 ‘무대 공연’을 선택한다는 것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팬들은 납득할만한 입장 발표를 원하지만 제작사는 전전긍긍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제작사와 이수 소속사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캐스팅 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6년 ‘모차르트!’의 연출가가 아드리안 오스몬드에서 코이케 슈이치로로 바뀌면서 예전과는 다른 색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었다. 연출가는 함께 했던 배우들이 아닌 새 배우들과 작업하길 바랐고 제작사 측은 새로운 배우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모차르트!’는 고난도 넘버가 많아 실력파들을 모았고 그 중에 ‘이수’가 포함이 돼 있었다. 이에 제작사 측이 (먼저) 이수 측에 손을 내밀었고 평소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오디션을 치르게 됐다. 오디션 전에 꾸준히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던 그는 오디션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했고 국내 제작진 뿐 아니라 국외 원작자들에게까지 ‘OK’를 받았다. 그의 캐스팅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에 생길 논란들을 과감히 껴안고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굳이, 왜 이수인가. 보컬리스트로서 그가 훌륭한 실력자인 것은 인정한다. 음원과 개인 콘서트로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뮤지컬은 다르다. 게다가 공연장은 톱 배우들도 무서워하는 3000석을 보유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다. 제작사가 이제 첫 발을 내딛는 그에게 티켓 파워를 기대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같은 역할을 맡은 이가 배우 전동석, 이지훈, 규현 등 세 명의 배우가 이미 있음에도 ‘이수’를 넣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는 것이다. “출중한 실력을 가졌기에”라는 이유만으로는 작품성을 논하기엔 ‘너무’ 상업뮤지컬인 ‘모차르트!’이기에 제작진의 부가적인 해명이나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뮤지컬 배우들과 제작진들은 “무대는 신성한 곳”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은 순간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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