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사이즈 ‘한입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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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의 떡 길이 3.5cm… 베이컨스테이크 두께 7mm… 토스트 식빵 두께 2cm
“남친앞에서 예쁘게 먹게” 요구 많아… 2030 여성들 입 사이즈 연구
크기 최적화한 상품 속속 히트… 아웃도어 열풍-1인가구 맞춤 제품도

분식집에 앉은 20, 30대 여성들이 떡볶이를 먹는 방식은 남성들과 달랐다. 주인이 접시에 담아준 떡을 그대로 입안에 넣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 손님들은 포크의 옆 날을 이용해 떡을 반으로 잘랐다. 이렇게 자른 떡을 입에 넣고는 곧바로 티슈로 입가를 훔쳤다. 여성 손님들은 “떡볶이 떡이 길어 그대로 먹으면 입가가 지저분해지거나 립스틱이 지워져 불편하다”고 했다.

사업 노하우를 얻기 위해 전국의 50여 개 유명 분식집을 돌아보던 나상균 죠스푸드 사장(36)은 이런 여성들의 모습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이후 나 사장은 떡을 5cm에서 2cm까지 0.5cm 단위로 나눈 뒤 여성 100여 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테스트했다.

실험 끝에 나 사장은 떡볶이 떡의 길이는 3.5cm가 ‘최적 사이즈’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인 성인 여성이 벌릴 수 있는 입의 가로 사이즈가 4∼4.5cm라는 점을 고려했다. 2007년 문을 연 ‘죠스떡볶이’는 이런 연구 결과를 통해 떡볶이 제품을 내놓아 창업 5년 반 만에 가맹점 수를 330여 개까지 늘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떡볶이 떡 길이 3.5cm인 이유
국내 식품 및 외식업계에서 고객에게 최적화된 크기를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의 히트작 중에는 사이즈가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가 많다. 1인 가구 증가와 아웃도어 열풍 등 사회적 변화도 식품의 사이즈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리바게뜨도 지난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을 위한 미니 디저트를 개발하면서 여성들의 입 크기를 고려했다. 특히 “남자 친구 앞에서 먹을 때 예쁘게 보이게 해 달라”는 20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탄생한 신제품 ‘환상의 치즈수플레’의 가로 길이는 4cm다.

CJ제일제당의 ‘컨디션환 이엑스’ 연구진은 숙취가 심한 사람들이 환(丸) 형태인 제품을 얼마나 편안하게 삼킬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그들은 지름 7mm부터 3mm까지 0.5mm 단위로 각기 다른 사이즈의 제품을 만든 뒤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지름 5mm 신제품이 탄생했다.

지난달 말 출시된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주스 ‘플로리다 내추럴’은 기획 당시부터 매년 감소 추세인 국내 가구당 인원을 고려해 용량을 책정했다. 가정용으로 출시되는 주스 제품들은 통상 1L 안팎이 표준 용량이지만 매일유업은 750mL로 대폭 줄였다. 신선함이 관건인 주스 제품의 특성상 개봉한 당일 다 마시는 게 좋다는 점과 가구당 평균 인원이 2.7명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750mL는 3인 가족이 한 잔씩 나눠 먹기에 적당한 용량이다.

파리바게뜨가 지난달 내놓은 두께 2cm인 식빵 신제품 ‘프렌치 브리오쉬’는 기존 토스트용 식빵 두께(1.8cm)를 2mm 늘려 브런치용으로 만든 것이다. 1인 가구 등 밥 대신 빵으로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두께를 늘렸다.

아웃도어 열풍도 신제품 사이즈에 영향을 미쳤다. CJ제일제당은 야외에서 삼겹살 대신 구워 먹을 수 있는 베이컨 제품을 연구하면서 유명한 국내외 삼겹살집과 스테이크하우스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프레시안 더 건강한 베이컨스테이크’의 두께를 7mm로 결정했다. 코카콜라는 기존의 대용량 제품이 야외에서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콜라와 주스의 ‘미니 버전’을 내놓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식품업계#최적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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