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소주 몇 잔이면 치사량?

동아일보 입력 2011-11-19 03:00수정 2011-11-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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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호기심 천국-술과 죽음의 관계
▶최근 이야기다. 근무 중 전화가 한 통 왔다. 한 중년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옆의 아저씨가 공업용 에틸알코올 1.5L를 음료수통에 얻어 와서 마시고 인사불성이 됐다. 혹시 그 속에 몸에 해로운 메틸알코올이 들어있어 그런 것 아니냐”고 물었다(메틸알코올은 맹독성 물질로 15mL 이상 섭취하면 시력을 잃을 수 있고, 30mL 이상 섭취하면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어안이 벙벙했다. 에틸알코올을 그대로 마셨다니…. 목숨을 내놓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공업용 에틸알코올에 포함된 알코올 함량은 보통 95% 정도. 소주(보통 한 병이 360mL)의 에틸알코올 함량이 25%가량임을 감안하면, 그 아저씨는 소주 5L 이상을 마신 셈이었다.

▶몸이 허약한 사람이 기력 회복을 위해 뱀술을 먹고 사망한 적이 있었다. 구강이나 장기 조직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뱀독을 섭취하면 독이 상처부위로 침투해 사망할 수 있다. 그런데 사망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35%나 됐다. 급성 알코올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며, 웬만한 사람을 혼수상태에 이르게 할 정도의 수치였다. 결과적으로 그는 술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얼마 전 그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거친 변사자들의 혈중알코올 농도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혈중알코올 농도가 0.45% 이상 검출된 변사자가 예상외로 많았다. 매년 5, 6명 정도가 꾸준히 국과수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혈중알코올 농도가 0.01∼0.05%면 일반적인 사람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0.05∼0.12%에선 기분이 좋은 상태가 돼 말이 많아지며 자신감이 커지고, 억제력이 떨어진다. 또 주의판단력이 감소해 이때부턴 운전대를 잡지 말아야 한다. 0.1∼0.25%에서는 흥분상태가 돼 감정이 불안정해지고 기억력과 이해력, 감각반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0.18∼0.3%에선 방향감각 상실, 정신혼미, 현기증, 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 등이 생긴다. 0.27∼0.4%가 되면 마비증상이 일어난다. 서있기도 힘들다. 0.35∼0.5%에서는 완전히 무의식 혼수상태가 되며 감각 및 반사작용이 사라진다. 대소변을 자제하기 힘들고 혈액순환과 호흡도 잘 이뤄지지 않아 사망할 가능성까지 있다. 혈중알코올 농도 0.45% 아상이면 호흡작용이 마비돼 사망에 이를 확률이 매우 커진다.

▶음주량과 혈중알코올 농도의 상관관계는 위드마크 공식(혈중알코올 농도가 최종 음주시각부터 상승해 30∼90분 사이 최고수준에 이른 뒤 시간당 약 0.008∼0.03%씩 감소하는 현상을 이용해 특정 시점의 주취 상태를 추정)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 공식에 따르면 몸무게가 약 60kg인 사람이 소주잔으로 소주(보통 에틸알코올 25% 함량) 1잔을 마시면, 혈중알코올 농도는 음주 뒤 1시간∼1시간 반 내에 0.025%가 된다. 2잔을 마시면 음주단속에 걸릴 수 있는 수치이며, 18잔이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치사량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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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증상들은 개인의 음주경력, 습관, 체질, 컨디션, 음주 속도, 음주 시 함께 먹은 음식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하지만 술은 적당히 마시지 않으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송년회가 많은 연말 즈음에는 말이다.

정진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독물과 식품연구실장(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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