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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0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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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며 가정에 충실한 A 팀장. 특히나 보수적인 성향의 그에게 한 여자가 두 남자와 결혼하는 영화 내용은 꽤나 불편했나보다. 하지만 한 번 나갔던 사람이 왜 다시 돌아왔을까?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참 영화가 상영 중인 극장에 들어가 자기 자리를 다시 찾기란 꽤나 어려운 일인데도.
A 팀장은 “근데 이거 한 5분 지나니까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다시 돌아왔어”라며 멋쩍게 웃었다. 아내가 결혼하고 싶단다. 월화수목은 딴 남편과 살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나랑 산다.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하지만 주인공 덕훈은 이를 꽉 물고 참는다. 사랑 때문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남자에겐 화딱지가 나는 영화다. 하지만 재미있다. 웃음이 넘친다. 그리고 스릴러도 아닌 것이 결말을 꽤나 궁금하게 한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극중 지난 몇 달간 아내가 또 결혼한 노덕훈으로 살았던 김주혁을 만났다.
첫 질문을 던졌다.
“못해도 욕먹고 잘하면 더 욕먹는 역할 아닐까요?”.
김주혁은 웃었다.
“맞아요. 아이고, 답답해. ‘확! 저런 미친놈’, 그런 말 듣기 딱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영화를 본 관객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다.”
맞는 말이면서 ‘욕먹어도 좋다. 관객만 좋으면 최고’라는 지독한 프로의식이다.
김주혁도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잘못하면 진짜 이상한 놈 되는 거잖나. 그런데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다. 솔직하게 해야겠구나.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정말 이상한 놈, 속없는 놈 된다. 보는 사람이 화가 치밀지만 그래 쟤가 저럴 수도 있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으면 했다.”
그래서 김주혁은 진짜 노덕훈이 됐다. 아내가 딴 살림 차린 집에 들이닥쳐 ‘둘째’ 남편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첩년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느낌이 이거구나’라며 울부짖는 장면에선 진짜 화가 치솟았다. “경주에서 찍었는데 너무 화가 났다. 둘이 오붓하게 장봐와서 집에 들어가는데 이성을 잃을 정도로 감정이 확 올라왔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지 10여년. 하지만 김주혁은 이번 영화를 통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점을 배웠다고 했다.
“카메라 앞에서 조금이라도 멋있게 보이려고 하면 가짜 같더라. 관객들에게 아내가 결혼했다는 것만 빼면 우리 주위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느껴져야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저를 보면서 스스로 ‘야! 진짜 못났다. 얼굴도 어쩜 저렇게 찡그렸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장면에선 관객들이 많이 웃곤 한다. 몸으로 큰 거 하나 배웠다.”
김주혁의 평생 꿈은 ‘인간극장’ 속 인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처럼 연기하자’가 인생의 목표다. 평생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계속 가는 거다.”
영화를 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관객도 있었으니 김주혁은 평생 꿈에 조금은 다가선 것 같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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