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첫사랑의 비밀, 어둠의 이미지로 추적”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25일 개봉 예정인 ‘M’의 이명세 감독(왼쪽)이 촬영 현장에서 주인공 민우 역을 맡은 강동원에게 연기를 지도하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비단
25일 개봉 예정인 ‘M’의 이명세 감독(왼쪽)이 촬영 현장에서 주인공 민우 역을 맡은 강동원에게 연기를 지도하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비단
《“시적인 요소는 절제하고, 표현을 더 현실적으로(Less Poet, More Specific).” 6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된 이명세 감독의 영화 ‘M’(25일 개봉 예정)에는 주인공인 베스트셀러 소설가 민우(강동원)에게 출판사 편집장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민우는 편집장의 이런 요구에 호통으로 맞선다. ‘이미지의 승부사’로 불려 온 이 감독은 이 장면처럼 신작 ‘M’에서도 스타일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충무로에 중견 감독의 활동이 보이지 않는 요즘 이 감독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등 2, 3년에 한 번씩은 화제작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서 미스터리 멜로 ‘M’ 선보인 이명세 감독

‘M’은 각국 중견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허우샤오셴 감독의 ‘빨간 풍선’과 함께 초청받았다.

특히 꽃미남 배우 강동원이 무대 인사를 하는 ‘GV(게스트 초청)티켓’은 45초 만에 예매가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M’의 상영을 마친 후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이 감독과 인터뷰를 했다.

‘M’은 베스트셀러 소설가 민우가 잃어버린 첫사랑의 비밀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멜로. 이 감독은 ‘M’은 멜로(melo), 안개(misty), 신비(mistery) 등 한 가지로 국한할 수 없는 다층적 장르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현실 공간은 판타지 같고, 꿈이나 회상은 오히려 현실처럼 펼쳐진다. 정훈희의 히트곡 ‘안개’가 흐르는 가운데 화면이 사진처럼 조각조각 흩어지고, 선풍기 바람에 목소리가 변하는 등 시청각 이미지가 가득하다.

―화면에 검은색 어둠이 가득하다. 꿈과 현실의 구분도 모호한데….

“나는 꿈을 자주 꾼다. 꿈속에서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M’이라고 쓰인 책을 줬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려 하면 이 영화가 어려울 수 있다. 주인공의 의식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찍었다. 어둠을 선호한 것은 무한정의 깊이와 넓이를 가진 미스터리 공간이기 때문이다. 첫사랑도 마찬가지다. 빛인 줄 알았다가 어둠처럼 깊이를 모르고 빠져들 수 있는 것 아닌가.”

―‘형사’가 개봉됐을 때 과도한 이미지에 비해 서사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번엔 한층 더 (이미지를) 밀고 나간 느낌이다.

“영화 속 대사 ‘Less Poet, More Specific’은 작가 헨리 밀러의 정부(情婦)였던 아나이스 닌이 출판사 편집장에게 실제로 들었던 이야기다. 그는 이를 거절하고 시적 표현을 더 써서 엄청난 히트를 했다. 누구나 주문받는 것만 쓸 수는 없다. 영화의 기본은 그림, 색깔, 이미지다. 나는 스토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를 어떻게 영화언어로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충무로에서 중견 감독이 사라지고 있는데….

“영화 제작 환경이 급변하면서 제작자나 투자자들이 중견 감독은 컨트롤하기 힘들다며 기회를 주지 않는 것 같다. 중견 감독들도 신인 감독과의 차별성을 보여 줘야 한다. 나는 ‘21세기 신인 감독’이라고 자처한다. 21세기 들어 두 작품밖에 안했다. 첫사랑은 한 사람의 비밀을 알 수 있는 키워드다. 나 또한 영화에 대한 ‘첫사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부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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