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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경제경영]괴짜의 생각이 미래다

입력 2010-05-08 03:00업데이트 2010-05-08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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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만든 Geeks/앤디 허츠펠드 지음·송우일 옮김/416쪽·2만2000원·인사이트

‘긱스(Geeks)’는 ‘괴짜’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특히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 열광하는 괴짜를 긱스로 부른다.

이 책은 애플의 ‘매킨토시’를 개발한 긱스들의 이야기다. 요즘엔 애플이라고 하면 ‘아이폰’을 먼저 떠올리지만 예전엔 달랐다. 애플의 대명사는 매킨토시였다. 매킨토시 개발에 참여했던 저자는 애플을 만든 혁신의 힘을 매킨토시 개발 스토리를 통해 보여준다.

1979년 여름,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제프 라스킨은 소규모 팀으로 매킨토시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표는 ‘쓰기 쉽고 가격이 싼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의 팀에는 남다른 실력과 개성을 갖춘 직원들이 하나둘 모였다. 다른 매니저들처럼 콧수염을 기르면 승진이 될까 해서 수염을 기르는 사람, 점심시간에 하는 공 맞히기 놀이를 위해 자신의 구역에 판지로 바리케이드를 치는 사람 등 대부분 괴짜였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비전문가가 읽기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사람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면 흥미로운 일화가 많다. 특히 스티브 잡스에 얽힌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잡스는 괴짜 중의 괴짜였다. 애플의 다른 부서에서 일하던 저자를 매킨토시 팀으로 데려가려던 잡스는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컴퓨터 전원 코드를 뽑아버렸다. 컴퓨터 전원이 꺼지면서 저자가 짜던 코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팀원들은 그런 잡스를 가리켜 ‘현실 왜곡장’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고 말했다. 잡스가 있는 장소에선 현실이 이리저리 변하며, 그 왜곡장에 들어서면 누구든 잡스에게 설득당하고 만다는 얘기다.

빌 게이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잡스는 평소에 게이츠를 약간 열등한 사람으로 대했는데 특히 심미안과 스타일에 관해서는 더 그랬다. 게이츠는 잡스가 실제 프로그램을 할 줄 모른다고 깔봤다”고 기록했다.

매킨토시라는 이름이 ‘자전거’로 바뀔 뻔한 사연도 소개됐다. 라스킨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과 품종 이름을 따서 매킨토시라는 이름을 골랐다. 잡스가 개발을 맡은 뒤인 1981년 2월 잡스는 프로젝트명을 ‘자전거’로 바꿨다. 그러나 팀원들이 계속 매킨토시로 부른 덕에 이 이름이 유지됐다.

저자는 라스킨을 ‘매킨토시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에 이견을 나타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매킨토시는 제프가 만들고 싶었던 컴퓨터와 매우 다르다. 한 개인이 명예를 누려야 한다면 바로 스티브 잡스다.” 잡스의 비전, 열정, 의지, 설득력이 없었다면 매킨토시는 나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

1984년 1월 24일 애플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매킨토시는 처음 공개됐다.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으로 불리는 잡스의 연출력은 이때부터 두드러졌다. 잡스가 무대 중앙에 놓인 가방을 열고 매킨토시를 꺼내 전원을 연결하자 매킨토시는 스스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매킨토시입니다. 가방에서 나오니 정말 좋아요.”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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