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 유니언신학대서 만난 진제 스님-신학자 폴 니터 교수

동아일보 입력 2011-09-19 03:00수정 2011-09-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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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 “깨달음 얻으려면 세상과 떨어져야”
다원주의 신학자 니터 교수 “자비 베풀다 보면 깨달음 얻을 수도”
미국 뉴욕 유니언신학대에서 진제 스님(왼쪽)과 폴 니터 교수가 깨달음과 수행법, 사회적 실천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욕=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몇 달 전)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했던 ‘내 안의 진정한 나는 누구인고’라는 화두를 스님께서 주셨죠. 이는 결국 ‘이제 내가 더 이상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고 한 신약성서의 말씀과 같은 이치 아닐까요.”(폴 니터 교수)

“바른 지도자를 만났으면 (알려준 대로) 잘 따라야지. 몇 달도 안 돼 삐뚤어졌구나.(웃음)”(진제 스님)

한국 선수행의 맥을 잇는 대구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78)과 다원주의 신학자로 오랜 기간 티베트 불교를 수행해온 미국 뉴욕 유니언신학대의 폴 니터 교수(71)가 16일(현지 시간) 유니언신학대 예배당에 마주 앉았다. 지난해 12월 동화사에서 만났던 두 사람은 편안한 얼굴로 농담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유니언신학대가 ‘종교 간의 평화’를 주제로 스님을 초청한 자리였다.

예배당 한쪽에 십자가와 연등이 나란히 놓인 가운데 신학대생들과 스님 등 500여 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깨달음을 위한 수행법에서 시작해 종교인의 사회적 실천 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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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터 교수가 “내 안에 있는 불성(佛性)을 일깨우는 불교적 명상을 통해 내게 무한히 깃든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을 깨닫는다. 그래서 매일 아침 홀로 수행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진리는 천 리, 만 리 밖에 있고 인생은 오늘 내일 하는데 어느 세월에 홀로 수행해 진리를 깨닫겠는고. 바른 스승에게 배운 대로만 해도 모자란데 자기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웃음 섞인 질책으로 화답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지만 자신의 주장에 대해선 굽힘이 없었다. 스님은 “도를 닦는 사람들은 세상 정치에 초연해야 한다. 내가 고요해지면 세상이 고요해질 것이다.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구도자들은 세상의 복잡함에서 떨어져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니터 교수는 “이 세상엔 고통 받는 사람이 너무 많이 있는데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그들을 방관할 순 없다”고 말을 받았다.

이에 스님이 “니터 교수가 너무 많이 세상에 얽매여 깨달음을 얻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하자, 니터 교수는 다시 “깨달음을 얻어 자비롭게 행동하자는 스님의 말씀이 맞겠지만 자비를 베풀다 보면 깨달음을 얻게 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들의 대화를 지켜본 참석자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왔다. 유니언신학대에 재학 중인 에이미 씨는 “현세의 고통을 떠나 깨달음의 세계에 가야 행복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에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과연 이 세상에 살면서 흘리는 눈물은 가치가 없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동화사 선방의 수좌 원담 스님은 “그것은 수도원에 있는 신부님에게도 해당되는 고민이다. 한쪽에서 사회적 활동을 하고 있다면 다른 쪽에선 세상과 떨어져 진리와 도를 닦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진리를 둘러싼 ‘다름’은 있었지만 갈등과 반목의 그림자는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길을 지키면서 상대방이 가는 길도 바라보려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뉴욕=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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