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밑줄 긋기]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모든 순간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손에 쥔 참치 캔의 단단한 감촉이, 밤하늘에서 내려오는 탐스러운 눈송이가, 자작나무 가지마다 핀 눈꽃이, 눈꽃을 물들이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맞은편 여자 기숙사 쪽에서 타박타박 다가오는 아담한 그림자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이, 흩어지는 입…
- 2024-04-13
- 좋아요 개
- 코멘트 개
모든 순간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손에 쥔 참치 캔의 단단한 감촉이, 밤하늘에서 내려오는 탐스러운 눈송이가, 자작나무 가지마다 핀 눈꽃이, 눈꽃을 물들이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맞은편 여자 기숙사 쪽에서 타박타박 다가오는 아담한 그림자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이, 흩어지는 입…
나란 존재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람이다. 같은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겉모습도 다르고 마음도 다르지만 함께 놀다 보면 달라도 문제 될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비슷한 점도 있다. 우리 모두는 친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친구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싸우게 …
개구리는 하루가 시작되면 수영장으로 향한다. 팔다리를 움츠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멋지게 헤엄을 친다. 처음부터 수영을 잘했던 건 아니다. 개구리는 놀랍게도 “나도 물이 무서웠어”라고 말한다. 개구리는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했을까. 개구리는 깊은 물이 자신을 삼켜 버릴 것 같아도 일단 물속…
친구(親舊).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보통 학교와 직장 등에서 같은 시간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또래가 친구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은 놀라운 우정이 피어날 때가 있다. 시공간적 동질성 외 이들을 묶어낼 만한 …
감정 호텔에는 날마다 다양한 감정이 찾아온다. 감정 호텔의 지배인은 감정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늘 세심하게 보살핀다. 작은 목소리를 지닌 슬픔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늘 귀 기울이고, 벽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는 분노에게는 가장 큰 방을 내어준다. 분노를 가둬놓으면 죄책감, 우울…
동물의 세계에서 어떤 동물은 아주 높이 뛸 수 있고, 어떤 동물은 빨리 달릴 수 있다. 물속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동물도 있고, 냄새를 잘 맡거나 멀리 볼 수 있는 동물도 있다. 책 속 주인공은 독자들에게 대화를 건네듯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두더지는 눈이 너무 작아서…
초밥이 옷을 사러 옷 가게를 방문한다. 가게 안에는 연어, 꽁치, 광어, 문어, 계란말이, 새우 등 초밥용 옷이 행어에 일렬로 깔끔하게 걸려 있다. 어떤 옷을 새로 살지 고민하는 초밥에게 점원은 연어옷을 권한다. 하지만 초밥은 자신의 취향인 계란말이를 선택한다. 이번엔 아이스크림이…
주인공이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던 영화 ‘블랙팬서’가 구약성경과 이어져있다?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 책 저자의 주장이다. 마치 ‘다빈치코드’처럼 온갖 문화 요소를 종횡무진 잇는 미국 하버드대 영문학과 교수 출신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 보자. …
‘난 이상해.’ ‘난 문제야.’ 슬프거나 좌절하는 날엔 다정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말이 마음속에 가득 찬다. 하지만 주인공 아이는 그런 말들을 곱씹지 말고 잠시 생각을 멈추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말로 가득 채우라고 말한다. 또 불안하고 화가 날 때 마음속에서 ‘그러면 안 돼’라…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요. 만약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만나고 싶나요?
어릴 적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로 시작하는 청마 유치환의 ‘바위’를 읽으면서 엉뚱한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청마의 마음을 흔든 바위가 어떤 바위일까’ 정말 궁금했는데 물어봐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학교에서는…
“할머니, 이게 뭐야?” “뭐긴, 약이지. 할미가 맛있게 타 줄 테니까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