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화제, 약보다 과일로 섭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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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는 노화와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 공해로부터 생성되는 각종 독성물질은 세포 내 활성산소를 만들고 유전자를 손상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기 위해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식품들을 챙겨 먹는다.

활성산소는 화학적 반응이 활발한 산소 기반 분자다. 주로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자외선이나 독성물질 등 환경 요인에 의해서도 생성된다. 몸 안에 활성산소가 많으면 세포내 주요 단백질이나 소기관에 손상을 가하거나 유전자에 직접 반응해 변형을 일으키기도 한다. 유전자 손상과 변형은 노화나 암, 질환 발병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체내 활성산소를 낮추려는 노력은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활성산소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음식이 아닌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것은 어떨까. 1990년대 베타카로틴, 비타민E, 비타민A 등 항산화제를 복용하면 암 발생을 낮출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대규모 임상시험들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시험들은 얼마 못가 중단됐다. 중간 점검 결과 항산화제를 복용한 그룹에서 폐암 발생과 사망률이 현저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발표된 대규모 암유전체 연구에서도 항산화 작용을 총괄하는 유전자들의 유전자변이가 폐암, 두경부암, 식도암, 자궁암 등 여러 암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의 연구팀과 다른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항산화제가 정상세포를 보호하고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문제는 과도한 복용이다. 일단 암이 발생하면 항산화제는 암세포까지 보호한다. 때론 암세포가 항산화 기전을 활성화시키는 유전자변이를 이용해 스스로 활성산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도 했다. 유전자변이로 암세포 내 항산화 기전이 활성화되면 암의 성장과 전이가 촉진된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방해하고 암 재발 가능성을 높인다.

활성산소에는 순기능도 있다. 중요한 세포내 신호전달물질로 원활한 세포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 몸에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를 퇴치하기 위한 면역 기능에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암 연구자들은 활성산소를 종종 양날의 칼로 비유하곤 한다. 너무 적어도, 너무 많아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좋지 않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에 활력을 주듯이 말이다.

항산화제 섭취나 복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들을 보면 항산화제는 적정량 섭취가 중요하다. 개인마다 체질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가능하면 약물 형태로 과량 복용하기보다는 항산화 기능이 있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정영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뉴바이올로지 교수
#헬스동아#건강#항산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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