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마트폰을 보는데 모르는 아이디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하기 시작했다는 알람이 떴어요. 아이디를 눌러보니 프로필 사진에 유채꽃밭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시어머니 얼굴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시어머니가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내신 것이었죠. 깜짝 놀라 꼬투리 잡힐 만한 사진은 부랴부랴 다 지워버렸어요.
한때 젊은 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SNS는 이제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SNS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50대 10명 중 6명이 SNS를 사용하고 있다. SNS가 일상화되다 보니 친구나 동료는 물론 가족, 친척들과도 SNS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NS를 통한 가족 교류 중 뜻하지 않은 사생활 침해로 갈등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
필라테스 강사인 김미연(가명·40·여) 씨는 최근 카카오톡(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인의 비키니 사진에서 꽃 사진으로 바꿨다. 얼마 전 만난 시댁 식구들이 “나이가 들어도 몸매가 확실히 좋네”라며 지나가듯 말한 게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직업상 찍은 사진인데 시댁 식구들에겐 안 좋게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사진을 바꿨다”며 “집안 어른들이 내 SNS를 본다고 생각하니 프로필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때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정치 이슈가 가족 간 SNS에 끼어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친척들과 제례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단체 카톡방을 만든 이준희 씨(45)는 “선거철이 되자 단체 카톡방이 ‘선거 운동방’으로 변질됐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큰아버지가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동영상 등을 공유하면, 작은아버지가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려 싸움이 붙는다는 것. 이 씨는 “정치는 친한 친구는 물론 부모 자식 간에도 이야기하기 민감한 주제”라며 “아버지가 ‘누구 찍을 거냐’고 SNS로 물을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선한 의도로 공유한 좋은 콘텐츠가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시점과 빈도가 문제다. 지방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양모 씨(26·여)는 “새벽잠이 없는 아버지가 매일 오전 6시면 가족 카톡방에 ‘오늘의 좋은 글귀’를 올려 아침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 씨(25)는 “한번은 아버지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효란 무엇인가’란 글을 올리신 적이 있다”며 “아버지는 감동해서 보내신 것 같은데 읽고 나니 괜히 ‘내가 부족하다는 뜻인가’란 생각이 들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SNS를 통해서라도 가족과 가까워지고픈 기성세대의 순수한 마음을 젊은 세대가 몰라준다는 항변이 나오기도 한다. 고등학생 딸을 둔 이모 씨(46·여)는 “얼마 전 사춘기 딸이 SNS 프로필에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 놨길래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신경 쓰지 말라’며 화를 냈다”며 “딸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궁금해 물어본 것뿐인데 섭섭하다”고 말했다.
SNS로 가족 간 얼굴이 붉어지는 상황에 대해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은 “부모는 부모끼리, 자녀들은 자녀들끼리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법”이라며 “자녀가 먼저 SNS를 알려주기 전까지 찾지 않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는 보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받는 쪽이 불편해하면 그건 불편한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위은지 wizi@donga.com·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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