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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허문명의 프리킥]박 대통령은 박지만부터 만나라

입력 2016-11-04 03:00업데이트 2016-11-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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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추락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재미 대학교수는 “아프리카 부족국가도 아닌데 무속인이 대통령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지식인들이 자꾸 묻는다. 창피해 죽겠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어제 만난 일본 외교관들은 “대검찰청에 돌진한 포클레인이 NHK 톱뉴스였다. 이번 일이 한일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냐”며 걱정했다.

 시국선언과 시위는 해외 유학생과 해외 동포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입지는 공고화되고 있는데 한국 대통령은 하야니 탄핵이니 하는 소리가 나와 안타깝고 부끄럽다.

순서가 틀렸다

 김병준 총리 내정은 순서가 틀렸다. 대통령이 먼저 솔직한 해명을 하고 탈당한 뒤 여야 대표들을 만나 거국내각을 전제로 2, 3명의 복수 후보를 추천받아 한 명을 선택하는 수순을 밟았다면 수습의 길이 열렸을 것이다. 대통령의 시국 인식이 안이한 건지 무지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민정수석 임명부터 이상했다. 민심 수렴과 소통을 위한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검사 출신을 앉혀 이번 일을 단지 ‘수사 사안’으로만 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더구나 최재경 수석은 인품이나 능력과는 별도로 이명박 정권 BBK 수사를 무혐의로 결론 내 야당으로부터 ‘정치 검사’ 낙인이 찍힌 사람이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전직 국정원 고위관리는 “최 수석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직계 라인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피해 가거나 최소화시키기 위한 ‘카드’”라고 단언했다.

 대통령의 모습도 실망스럽지만 권력을 다 잡은 것처럼 앞뒤 안 가리고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으며 권력을 내놓으라는 듯이 행동하는 야당도 정말 꼴 보기 싫다. 제발 국민을 바보로 알지 말라.

 노태우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정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비선(秘線) 실세 파문과 비교해 이번 일은 대통령이 몸통이란 점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대통령이 국민 기대와 정반대로 가는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가족이 제일 잘 알 듯싶어 동생 박지만 씨와 가까운 지인들로부터 최근 전해 들은 지만 씨 말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최순실 씨가 없는 지금, 누나는 멘붕(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다. 최 씨를 떼어내기 위해 10년을 매달렸지만 실패했다.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 그렇게 기뻐하고 좋아하던 누나가 어느 날 갑자기 관계를 끊었다. 최 씨가 뭘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그가 우리 가족들과의 관계를 끊게 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최순실 족쇄 끊어야

 2010년 그를 만나 장시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마약 투약 전력에 선입관이 있었지만 매우 이성적이고 민심을 정확히 읽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엄청난 독서량에 놀랐다. 세상사에 통찰력이 있었으며 박 대통령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당시에도 그는 “누나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저녁에 집에 틀어박혀 인터넷만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통령의 고립무원(孤立無援)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일이다. 아직도 임기가 1년 넘게 남았다. 대통령이 진정 파국의 길을 원하지 않는다면 ‘최순실 족쇄’를 완전히 끊는 게 먼저다. 그리고 가장 사심 없이 조언해줄 수 있는 동생 지만 씨부터 만났으면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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