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극한 알바’ 체험 3題

○ 최고난도 알바, 돼지 난소 채취
이 일은 한 잡지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아르바이트’로 선정하기도 했다. 성 씨 옆에서 작업을 거들어 봤지만 난소를 찾지 못해 컨베이어 벨트 끝까지 끌려가기 일쑤였다. 결국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흰 가운을 입고 ‘우아하게’ 연구하는 이공계 연구 현장은 이곳에서는 사치에 불과했다.
남궁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난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돼지와 소를 대상으로 한 복제 등의 연구가 활발하다”며 “말처럼 도축을 거의 하지 않는 동물로는 연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탈모 연구에 필요한 쥐 털 길이 재기
이번에는 쥐 털 뽑기에 도전했다. 의뢰자인 오지원 경북대 의대 교수는 탈모 치료를 위해 모발의 길이를 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털이 길게 자라도록 조작한 쥐의 털을 뽑아 보통 쥐의 털과 어떻게 다른지 살피는 게 임무다.
오 교수가 얇게 포를 뜨듯 쥐의 피부를 벗겨 내면 아르바이트생은 양손에 핀셋을 잡고 조심스레 털을 뽑는다. 흰머리를 뽑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한 올 한 올 살피면서 종류별로 털을 구분한다. 그런 다음에는 털을 가지런히 정렬해 놓고 사진을 찍고 길이를 잰다.
한 번에 대략 50가닥을 뽑는데, 핀셋을 다루는 게 서툴러서인지 1시간 동안 절반도 처리하지 못했다. 현미경에서 나오는 밝은 빛 때문에 눈도 침침해졌다. 논문 한 편을 쓰려면 이런 작업을 수백 번 반복해야 한다. 오 교수는 “숙련된 연구자에게도 지루한 일”이라며 “음악을 틀어 놓고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버텨 낸다”고 말했다.
○ 초파리 밥 맛있게 짓기
대표적인 실험 동물인 초파리를 기르는 실험실에도 ‘극한 알바’가 있다. 수만 마리나 되는 초파리를 연구자들이 직접 관리하기가 힘들어 초파리 수 세기, 돌연변이 확인 등 단순한 업무는 아르바이트생의 몫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작업은 초파리 밥 만들기다.
수많은 초파리에게 때마다 밥을 챙겨 주기는 불가능하다. 연구실에서는 대개 높이 10cm 정도의 플라스틱 통 바닥에 밥을 잔뜩 채워 놓고 그 안에서 초파리를 기른다. 초파리 밥 만들기의 성패는 ‘밥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달렸다.
일반적인 초파리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단맛을 내는 시럽과 옥수숫가루 등을 큰 솥에 넣고 30분간 끓인다. 이를 충분히 식힌 뒤 산성을 좋아하는 초파리를 위해 산성용액으로 간을 한다. 산성용액은 냄새가 아주 독해 식초에 코를 박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이날 만든 초파리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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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송준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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