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불공정거래 ‘구름빵 사태’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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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0만부나 팔렸는데 작가 수익은 1850만원뿐
공정위, 저작권계약 시정조치

2013년 10월 2일자 A1면.
2013년 10월 2일자 A1면.
창작자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출판사가 빼앗아가는 출판업계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4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올렸는데도 정작 1850만 원밖에 벌지 못한 창작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43·여)와 같은 사례가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집·단행본 분야의 매출액 상위 20개 출판사에 대해 저작권 양도계약서 등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28일 밝혔다. 출판사가 2차 저작물의 권리를 모두 가져가는 것을 막고, 창작자가 저작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치는 ‘제2의 백 작가’가 생기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 작가의 사연은 동아일보의 보도를 통해 처음 널리 알려졌다. 2004년 출간된 구름빵은 해외 8개국에 수출되는 등 크게 인기를 끌면서 40만 부가 넘게 팔렸지만 백 작가는 저작권 수입으로 겨우 1850만 원을 벌었다. TV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2차 콘텐츠로도 가공돼 4500억 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일으켰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출판사로 넘어갔다.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2003년에 무명이던 백 작가가 출판사가 요구한 ‘매절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매절계약이란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해당 저작물로 생기는 장래의 수익을 모두 출판사가 가져가는 계약으로 무명 또는 신인작가와 계약을 맺을 때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

공정위는 이런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제권, 공연권, 전시권, 대여권 등 저작권과 2차 저작물 작성권 일체를 출판사에 매절하도록 한 계약서 조항을 시정하게 했다. 대신 저작자가 출판사에 저작권 양도 여부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2차 저작물 작성권은 별도 특약에 따라 양도를 결정하도록 했다. 저작자가 저작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계약을 맺었던 출판사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은 출판사에 통보만 하면 되도록 바꿨다. 저작자의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던 불공정한 조항을 고친 것이다.

자동으로 갱신되던 출판사의 출판권한도 축소된다. 지금까지는 저작자가 계약만료 전 해지의사를 알리지 않으면 5년 또는 7년 동안 출판권이 자동 연장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저작자가 출판사에 해지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1회에 한해서만 출판권이 자동으로 갱신된다. 자동갱신 기간은 1년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 정부의 4대 국정지표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출판인회의 한 관계자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출판인들과 저작자들이 협의해 왔다”며 “과거 관행에 대해 다소 오해가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출판인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며 앞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출판사#불공정거래#구름빵#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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