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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IN&OUT]구단이미지 떨어뜨리는 빗나간 축구사랑 ‘팬 폭력’

입력 2013-10-09 03:00업데이트 2015-01-2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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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 안양 FC와 충주 험멜 경기에서 또‘팬 폭력’이 일어났다. 주먹을 쓰진 않았지만 안양 팬 30여 명이 원정 충주 선수단 버스를 무려 3시간 40분이나 가지 못하게 막았다. 안양 팬들은 전반 33분 선제골을 넣은 충주의 정성민이 관중을 조롱하는 세리머니를 했다고 주장하며 정성민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안양 관계자들은 “늘 하는 세리머니로 조롱의 의미가 없었다”고 설득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안양경찰서장까지 출동했고 해산하지 않으면 물리력을 사용하겠다는 경고가 있은 뒤에야 팬들은 버스를 보냈다. 프로연맹은 팬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안양구단을 상벌위원회에 소집한 뒤 8일 제재금 500만 원과 홈 2경기 서포터스석 폐쇄의 징계를 내렸다.

안양 서포터스는 6월 부천 경기에서도 경기장 밖에서 화약류를 터뜨리고 귀가 중인 원정 팬들과 충돌을 일으켜 구단이 500만 원의 제재금을 내게 하는 등 요즘 ‘문제 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정으로 착각하는 일부 급진 서포터스들의 ‘폭력’에 K리그가 망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로구단의 브랜드 가치는 훌륭한 경기력뿐만 아니라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낸다. 기업 소유 구단과 달리 시민구단은 시민들이 낸 세금만으로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의 후원을 따로 받아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게 구단의 이미지다. 경기력이 좋지 않더라도 페어플레이를 펼치고 팬들도 승패를 떠나 열광적으로 응원해야만 후원을 얻을 수 있다. 팀이 파울 등 거친 플레이를 펼치는 것으로 악명 높거나 팬들이 늘 심판 판정이나 경기 결과에 항의하며 시위를 한다면 어떤 기업이 그 구단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붙이고 싶겠는가.

한때 잉글랜드는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이란 악명 높은 무리들로 골치를 앓았다. 리그 인기는 유럽에서 최하위였다. 하지만 훌리건을 없애는 노력과 함께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어 최고의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면서 다시 최고가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명문인 것은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펼치는 멋진 경기력만이 아닌 경기 자체를 즐기며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수억 명의 지구촌 팬들이 있어서다.

서포터스를 결성해 특정 구단을 적극 응원하는 문화는 분명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폭력을 쓰는 등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팬들의 ‘일탈’은 그 구단을 넘어 프로축구 전체 이미지까지 떨어뜨린다. 지금 프로축구는 위기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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