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색깔 후보 연대없이 완주… 선택폭 넓어 막판까지 혼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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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17/대선 D-1]막바지 접어든 19대 대선 특징은

《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막이 오른 5·9대선 레이스가 이제 단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후보군의 부침이 극심했다. 5개월간 ‘롤러코스터 정국’ 속에서 원내 5개 정당 후보들은 모두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탄핵 당시 뜨거웠던 광장의 열기는 높은 사전투표율로 이어졌다. 하지만 “일주일이 한 달 같다”는 조기 대선 특성상 투표 막판까지도 정국은 안개 자욱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
 

① 매달 바뀐 2위 주자… 막판 분전하는 4, 5위


‘빅 텐트론’ ‘제3지대론’ ‘반(反)문재인 연대’ ‘적폐 연대’…. 탄핵 국면에서 끝없이 이어지던 정치권의 합종연횡 시나리오는 끝까지 현실화되지 않았다. 5명의 후보는 저마다의 난관을 뚫고 골인 지점을 향해 스퍼트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매달 바뀐 새로운 2위 후보를 상대해야 했다.

중도·보수 표심을 흡수한 안 후보는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된 지난달 초 일부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 문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연초 각종 여론조사 후보군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월 16일 정치자금법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원내 2당의 후보가 되면서 대대적인 보수 진영 결집에 나섰다.

옛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한 유승민 후보는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지만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단일화는 없다”고 외쳐야 했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TV토론의 ‘최고 승자’로 떠오르며 진보 정당의 염원인 두 자릿수 지지율을 꿈꾸고 있다.

2위 후보의 급변과 함께 여론조사 4, 5위 후보의 지지율이 선거 막판 상승세라는 점도 이번 대선의 새로운 특징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혼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중위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실제 득표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4, 5위의 득표율이 1위 후보는 물론이고 나머지 후보들의 득표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②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표심 변화 오리무중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3일 이전에는 ‘1강 2중’ 구도였다. 하지만 앞서 있는 문 후보 측도, 그 뒤를 쫓는 안 후보와 홍 후보 측도 “승패, 득표율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일이 확정된 3월 15일부터 투표일인 9일까지 56일에 불과하다”며 “‘이번 대선의 일주일이 다른 대선 때의 한 달 같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대선에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표심의 흐름이 굳어졌지만 조기 대선이자 보궐선거 특성상 마지막 일주일 ‘깜깜이 기간’ 동안 표심 변화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여기에 유례없는 다자 구도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러 후보의 득표율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깜깜이 기간’ 표심 변화를 두고 각 후보 측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여론조사 지표로만 보면 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의 지지율 합산이 이미 50%에 근접해 있다”며 “과반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50%를 돌파할 가능성이 매주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샤이 보수’의 결집도 우려된다는 것.

반면 7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비호남권에서도 ‘안철수 태풍’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도 “(문 후보를 앞지른) ‘골든 크로스’가 이뤄졌다”고 했다.
 

③ 20대 공략하는 개혁보수 ‘세대 장벽’ 흔들까


4월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줄곧 문 후보는 40대 이하에서, 안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 쏠린 셈이다. 하지만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각 후보 측의 공통된 분석이다. ‘개혁 보수’를 강조하고 있는 유 후보 측은 진보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2040세대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이른바 ‘젊은 보수론’이다. 유 후보 측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간다는 2일 TV토론의 마지막 발언 이후 젊은 유권자들의 결집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당시 204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안 후보 측도 ‘샤이 안철수’의 재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문 후보의 ‘적폐 연대’ 프레임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현장 유세를 강화하면서 젊은층의 지지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대구 동성로, 광주 금남로 등 젊은층이 많은 지역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 받는 중·장년층의 표심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에서는 문 후보가, 60대 이상에서는 홍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④ 최종 득표율이 정국 구도 좌우 “끝까지 최선”

누가 당선되느냐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것이 각 후보의 득표율이다. 한 중위권 후보 측은 “최종 득표율에 따라 향후 정국 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더라도 의미 있게 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문 후보는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근소한 차이의 신승(辛勝)이 아니라 2위와 최대한 격차를 벌려 향후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맞서 다른 후보들도 막판 표 몰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여기에는 만에 하나 지더라도 진보와 보수 진영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높은 득표율로 각 진영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선거 비용이 전액 보전되는 ‘득표율 15%’를 달성하는 후보가 몇 명이 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야권 관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 5당 체제의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이번 대선의 득표율이 곧 ‘포스트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⑤ “대통령 내가 만든다” 유권자 참여 SNS 열기

26.06%라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보여준 것처럼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각 당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장 투표와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로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는 정당 경선 사상 최다인 약 214만 명의 선거인단이 몰렸다. 국내 정당 사상 최초로 ‘선거인단 모집 없는 완전국민경선’을 택한 국민의당 경선에도 18만여 명의 유권자가 각 지역 투표장으로 몰려나와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대통령은 내가 만든다”는 유권자들의 열기는 각 후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캠페인 양상도 바꿔 놓았다.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SNS 캠페인의 도입은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문 후보 진영은 각종 공약을 모은 ‘문재인 1번가’, 트위터를 통한 TV토론 생중계 등의 공격적인 SNS 캠페인을 펼쳤다. 문 후보 측 윤영찬 SNS본부장은 “공약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모여서 공약을 살펴보고, 요구 사항을 말할 수 있는 ‘참여형 캠페인’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생중계 카드’로 맞불을 놨다. 안 후보는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캠페인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며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했다. 안 후보는 TV토론 직후에도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유권자들의 질문에 즉각 답하기도 했다. 중·장년층 보수 유권자 공략에 공을 들인 홍 후보 측도 큰 글씨 자막을 담은 짧은 동영상을 집중적으로 만들어 카카오톡, 밴드 등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SNS를 통해 집중 전파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장관석 / 대구·포항=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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