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동성애 이슈’ 터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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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동성혼 합법화 반대” 발언에… 성소수자 단체 문재인에 항의 시위
인권-종교 얽혀 정치권 기피 이슈… 문재인-안철수, 차별금지법 찬반 ‘무응답’

안보 행사중 뛰어든 성소수자 단체 회원 26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측의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 도중 한 성소수자 단체 회원이 문 후보를 향해 기습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안보 행사중 뛰어든 성소수자 단체 회원 26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측의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 도중 한 성소수자 단체 회원이 문 후보를 향해 기습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날 TV토론에서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5일 TV토론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성소수자들이 26일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날 열린 TV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동성애에 반대하나”라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기습 질문을 받고 “반대하죠”라고 답했다. 토론 말미에 홍 후보가 다시 동성애 문제를 물어본 것에 대해서도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했다. 물론 문 후보는 토론에서 “성적 지향 때문에 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다.

미국 대선에서는 동성혼, 낙태 등에 대한 찬반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지 오래됐지만 한국에서는 동성애에 관해 대선 후보가 ‘찬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 사실상 금기시돼 왔다. 성 소수자들의 권리 보호도 중요하지만 보수 개신교 진영에서 동성애를 죄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 입장에서 개신교 측의 ‘뭉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성소수자 권리보호를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를 대선 공약에 넣을 것이냐고 물었을 때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모두 ‘무응답’으로 회신했다. 홍 후보는 ‘불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찬성’이라고 답했다.

전날 TV토론에서 문 후보가 동성애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은 평소 가톨릭 신자로서 동성애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문 후보가 기습 질문을 받고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종교,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 항목에 들어있다는 이유로 개신교 진영은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며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광장에서 동성애 축제인 퀴어축제가 열렸을 때 한국교회연합 등 개신교 단체들은 행사를 허가해 준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와 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문 후보는 성소수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지구지역행동 네트워크’와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관계자 등 10여 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를 향해 뛰어들었고 이를 저지하는 당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문재인#대선#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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