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래퍼 ‘바비’의 반전…“내 욕심은 자기 전 들을 수 있는 잔잔한 노래 음색 만들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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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는 “호불호가 없는 음악을 만들어서 많은 분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143엔터테인먼트 제공.
바비는 “호불호가 없는 음악을 만들어서 많은 분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143엔터테인먼트 제공.
거친 랩을 구사하던 명실상부한 래퍼가 실은 보컬을 꿈꾼다는 것. 이 반전은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쇼미더머니 시즌3 우승자’ ‘그룹 아이콘의 메인 래퍼’로 알려진 바비(28) 이야기다. 27일 전화로 만난 그는 “래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저는 멜로디가 들어간 R&B, 레게, 록 음악을 선호해요. 노래를 잘한다면 발라드를 도전해보고 싶을 만큼, 랩뿐 아니라 노래하는 걸 좋아하죠”라고 말했다.

21일, 2년 만에 내놓은 솔로 싱글 앨범 ‘S.i.R’은 바비를 래퍼로만 알았다면 다소 의아할 작품이다. 수록곡 ‘벚꽃’은 기타와 베이스, 드럼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 또 다른 수록곡 ‘드라우닝’ 또한 상대의 매력에 빠진 상태를 묘사한 몽환적이고 신나는 신스팝 장르의 곡이다. “4년 전 봄 ‘올해에도 벚꽃놀이를 가지 못한다’는 서운함에 만든 곡 ‘벚꽃’이 앨범 제작의 시작이었다”는 취지만큼이나 전반적인 곡 분위기는 감성적이다.

이런 무드가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그의 데뷔 전 미발매 자작곡 ‘아마 완벽’도 노래 위주로 구성된 서정적인 곡이다. 이후 도발적이고 유흥적이었던 첫 솔로곡 ‘꽐라’(2016년) 등을 거쳐 2017년 솔로 정규 앨범 ‘러브 앤드 폴’부터는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구축해왔다.

“제 욕심은 자기 전에 들을 수 있는 잔잔한 노래의 음색을 만드는 거예요. 귀가 피곤하지 않은 그런 노래들을 저도 좋아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바비에게 큰 도전이자 성장판이다. 그는 ‘S.i.R’을 시작으로 올해 계절별 총 4개의 앨범을 낸다. 처음 도전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계절감을 드러내는 다양한 곡들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 앨범은 YG엔터테인먼트에서 143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뒤 내놓는 첫 앨범이기도 하다. 바비는 “스스로 책임질 것들이 많았다. 곡 제작부터 뮤직비디오 촬영 방법, 앨범 발매 방식 등 A부터 Z까지 모두 저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데뷔한 지 8년. 작곡과 작사에 꾸준히 참여해왔던 그는 여전히 매일매일 작업에 임한다고 한다. 바비는 “3~4분짜리 음악 안에 영화 한 편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곡을 쓴다”고 했다. 실제 그는 노래를 통해 본인 삶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영화나 그림을 보며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하는 질문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재다능한 사람, 올라운더가 되고 싶다”는 그는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음악, 제일 밝은 음악, 제일 신나는 음악, 제일 잔잔한 음악 모두 만들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밝았지만 그는 지난해 채널A ‘금쪽상담소’에 나와 고민을 털어놓을 만큼 여러 부침을 겪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로 그는 ‘팬’을 꼽았다.

“뻔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정말 그래요. 데뷔 초반에는 팬들의 사랑에 대해 무지했어요. 가수의 삶은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들을 보여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죠. 시간이 지나고 팬들의 응원이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같다는 걸 느꼈을 때부터, 가수는 한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 그 이상을 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연예인을 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에요.”

바비는 “저를 기다려주는 팬이 1명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분을 위해 계속 음악하고 싶다”며 “저의 노래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 긍정이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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