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당내 집단적 이전투구 해도해도 너무해”… 친윤 일각 “역풍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3일 21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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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의원을 지원하는 친윤(친윤석열) 진영이 당권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자 안 의원이 3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가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맞대응했다. 안 의원을 겨냥한 친윤 핵심 인사들의 십자포화에 여권과 친윤 진영 일각에서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원로그룹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제2의 집단 린치’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安 “계파가 준동” vs 金 “분란 사과하라”


후보 등록 첫날인 전날(2일)과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까지 연이틀 친윤 진영의 공격이 이어지자 안 의원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당원들이 최근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적 이전투구에 대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들을 한다”며 “우리는 모두 ‘팀 윤석열’ ‘팀 국민의힘’ 소속이다. 분열하는 경쟁이 아니라 화합하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당내 친분과 세력을 과시하는 경쟁,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마음)팔이’가 아니라 ‘윤힘 보태기’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회견 뒤 ‘안 의원은 윤심 후보 자격이 없다’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기류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이 아니지 않으냐”고도 했다. 그는 이날 오후 “비윤과 반윤 얘기는 당에 해가 되는 주장”이라며 “공천파문은 계파 때문이다. 지금도 계파가 준동하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반박 수위를 높였다.

반면 이날 김기현 의원은 충남 보령·서천 의정보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안 의원하고 단독으로 만나본 적이 없다. 식사한 적도 없고 차도 마셔 본 적이 없다”며 “윤 대통령이 (안 의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당연히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안 의원이 당내 분란 일으킨 데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게 옳다”며 “대통령과 소통 관계가 좋다는 사실을 얘기하려면 진실에 기반해서 말해야 한다”고 재차 비판했다.

●당내 “이러면 누가 승복하겠나” 경고


하지만 친윤 핵심 인사들이 안 의원을 겨냥해 약속이라도 한 듯 맹공을 퍼부은 데 대해 친윤 진영과 김 의원 지지 의원 일각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이 나경원 전 의원을 집중 공격해 전당대회 불출마로 이어졌지만 오히려 나 전 의원 지지율이 안 의원에게 흡수돼 안 의원이 상승세를 탄 것과 비슷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 친윤 진영의 A 의원은 역풍 우려에 “그런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을 지지하는 한 중진 의원 역시 “집단 공세를 한다고 (투표자들인) 책임 당원들이 따라가지 않는다. 돈 내며 활동하는 책임당원들은 다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역풍이 불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을 지지하는 또 다른 의원도 “약해 보이는 사람이 맞으면 동정하는 게 한국 여론이다. 과하면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친윤 진영이 이준석 전 대표, 나 전 의원에 이어 안 의원에게까지 집단 공세를 벌이자 당 원로 진영에서는 강한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사람을 겨냥해 공격하는 것은 집단 린치이고 테러”라며 “이런 과정 거쳐 전당대회에서 진 사람들이 승복하겠나. 선거 이후에도 계속 갈등이 양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상임고문은 또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위해서라도 낙인찍기 공격은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친윤 진영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MBC 라디오에서 안 의원을 겨냥해 “가까이서 지켜보지 못한 분들은 안 후보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서 잘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다. 안 의원이 대표가 되면 국정에 힘을 빼게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점으로 당분간 공세 수위는 조절한다는 분위기다. “윤심이 안 의원에게 없다는 걸 당원들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는 게 친윤 진영의 인식이다. 친윤 진영의 B 의원은 “(공세는) 안 의원이 여론전으로 대통령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식으로 호도를 하니 당원들이 오해하지 않게 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조권형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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