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개혁보수 타령 그만”…유승민, ‘洪 말바꾸기’로 응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5일 1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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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당권주자 거론되는 유승민과 연일 신경전
尹 ‘비속어 논란’ 이후 다른 행보

홍준표 대구시장이 8월 31일 대구 수성구 SW융합기술센터에서 열린 ‘대구 디지털 혁신 비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8월 31일 대구 수성구 SW융합기술센터에서 열린 ‘대구 디지털 혁신 비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연일 장외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홍 시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 전 의원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1일 페이스북에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박근혜 탄핵’ 전야 같다”며 “우리 내부를 흔드는, 탄핵 때 같은 세력이 또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부 분탕질로 탄핵 사태까지 가고 보수의 궤멸을 가져와놓고 개혁보수로 분칠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등을 비판하며 개혁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유 전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차기 당권 여론조사에서 거론되기 시작하자 홍 시장이 견제에 나선 것”이라며 “차기 대선을 노리는 홍 시장으로선 지난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유 전 의원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갖게 되는 당 대표 자리에 오르는 게 탐탁치 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3일에도 “출처 불명의 개혁보수 타령이나 하면서 지겹도록 달려든다”며 유 전 의원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이 불거진 이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논란의 대상이 된 단어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한 것을 두고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엔 대구 경북대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 주제의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실과 당이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9월 29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9월 29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뉴시스

홍 시장의 잇단 비판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유 전 의원은 4일 저녁 페이스북에 특별한 언급 없이 ‘홍준표의 말 바꾸기’라는 제목의 신문 칼럼 링크를 공유했다. 해당 칼럼엔 “윤 대통령을 일갈했던 홍 시장이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침묵하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니냐’고 입장을 선회했다. 영남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는 홍 시장의 노림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 전 의원이 비속어 논란에 대한 홍 시장의 입장 변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홍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비속어 논란에 대해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며 대통령실의 사과와 조속한 수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자신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 게시판에 ‘유승민 의원이 그나마 옳은 소리를 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자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침묵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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