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골프는 2000년대생 천하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2000년 이후 태어난 유망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5일 현재 KLPGA투어 상금 랭킹 5위 이내에 1위 박현경(20), 3위 임희정(20), 5위 유해란(19) 등 세 명이나 포진해 있다.

　신인 시절인 지난해 무관에 그친 박현경(20)은 KLPGA챔피언십과 부산오픈에서 2승을 거둔 데 힘입어 상금 레이스에서 약 4억5000만 원으로 맨 앞을 차지했다. 임희정은 우승만 없을 뿐 시즌 9개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를 하며 5차례나 톱10에 드는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유해란은 지난주 끝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폭발적인 몰아 치기에 힘입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유해란은 벌써부터 신인상에선 독주 체제를 굳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에 오르며 쟁쟁한 동갑내기 가운데 선두주자였던 조아연(20)은 이번 시즌은 주춤한 상태. 8개 대회에서 4차례 컷 탈락하며 상금 랭킹 26위(약 8200만 원)에 머물렀다. 백스윙 크기를 줄이는 등 간결하게 스윙을 교정한 데 따른 과도기라는 게 주위의 분석. 조아연은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인 6위의 성적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조아연까지 정상 궤도에 오를 경우 2000년대생들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 전후로 태어난 이들은 박세리의 영향을 받아 골프에 매달린 ‘세리 키즈’ 박인비, 최나연, 이보미, 신지애, 이보미 등 1988년생 그룹의 활약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사례가 많다. 한 골프 전문가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 이름을 날린 세리키즈를 통해 해외 전지훈련이나 레슨 시장이 활성화됐다. 이를 통해 2000년대 태어난 선수들이 체계적으로 기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실력을 키웠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국가대표팀에서 활동하면서 큰 대회 경험을 키운 선수들이다. 프로 데뷔 2, 3년 차에 접어들자 심리적 안정으로 경기력이 극대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