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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폭동 재연 두려워” 총기 구입 나선 교민들

“LA폭동 재연 두려워” 총기 구입 나선 교민들

Posted June. 03, 2020 08:31,   

Updated June. 03, 20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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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현지 시간) 오후 4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갤러리아백화점 앞. 평소라면 쇼핑객으로 붐볐을 이곳을 군 병력들이 메우며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탄헬멧과 소총으로 무장한 이들은 짝을 지어 주요 길목을 지켰다. 쇼핑몰 입구는 5명이 줄지어 경비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용트럭 3대가 쇼핑몰 근처 길가에서 대기했다. 한인타운을 순찰하는 군용차도 곳곳에서 보였다.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주일째에 접어들면서 한인 사회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LA한인타운에는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상점 약탈을 막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LA한인상공회의소와 총영사관이 주 방위군을 서둘러 요청해 받아냈다.

 이날 오후 1시 반경 LA카운티, LA경찰, LA한인회 등 40여 명은 온라인 화상회의를 열고 경비 대책을 논의했다. LA경찰은 “우리가 한인을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총기를 구매하는 교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찾은 한인타운 인근 총포상에는 10여 명이 줄을 서서 입장 차례를 기다렸다. 1992년 ‘LA폭동’이 한인사회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흑인과 백인 간 인종 갈등 불똥이 한인 사회에 튀었다. 격분한 흑인들이 한인 상점 2300여 개를 약탈했고, 한인타운 90%가 파괴되며 3억5000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미국 경찰이 인근 베벌리힐스와 할리우드 등 부유한 백인들이 사는 지역만 보호했다. 이에 교민들은 직접 총을 들고 삶의 터전을 지켰다.

 당시 LA폭동을 겪은 한 교민은 “폭도들은 극한상황이 되면 다 뺏어간다. 그래서 옛날(LA폭동)을 겪어본 사람들이 총을 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40년 동안 살았다는 박종순 씨도 “교민들이 그때(1992년) 무기를 많이 구했다”며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똑같다”고 걱정했다. 반면 한 70대 교민은 “옛날과 달리 나라에서 지켜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했다.

 대책회의에서 데이비드 류 LA 시의원은 “총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고,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을 잃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총기 구입 자제를 당부했다. LA카운티와 한인회에서는 총기 구입 자제를 요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2일 현재까지 집계된 한인 상점피해는 총 79건으로 전날(26건)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도시별로는 필라델피아 50건, 미니애폴리스 10건, 랄리 5건, 애틀랜타 4건 등이다. 한인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화상회의에서 “비상연락망을 유지하고 한인 밀집지역 내 사법 집행기관과의 치안협력강화 등 대책 마련과 함께 재외국민 피해예방 및 피해 구제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로스앤젤레스=윤수민특파원 soom@donga.com ·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