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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13개월만에 11분 대화

Posted November. 05, 2019 08:33,   

Updated November. 05, 20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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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태국 방콕에서 약 11분간 단독 환담을 가졌다. 한일 정상의 회동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한일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회의장인 방콕의 ‘노보텔 방콕 임팩트’의 정상 대기장에서 아베 총리와 만났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이날 만남은 문 대통령이 호텔에서 아베 총리를 발견하고 다가가 “잠시 앉아서 얘기하자”고 권한 뒤 자신의 옆자리로 데려오면서 성사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8시 35분부터 46분까지 11분 동안 배석자 없이 통역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외에도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보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고 고 대변인은 밝혔다. 양국 정상 모두 추후 정식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두 정상은 12월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두 정상 간에도 1년 넘게 냉기류가 흘렀다.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두 정상은 만났지만 7초간 악수를 나누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 특사로 일본에 가 지난달 24일 아베 총리와 회담하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지 11일 만에 마주 앉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23일 0시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양국의 구체적인 현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일본은 이날 회동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환담 후 보도자료를 내고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양국 간의 문제에 관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두 정상의 만남으로 한일 갈등의 해법을 논의할 모멘텀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고 대변인은 “(정상 간) 대화를 통해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