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방문한 에드 마키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국 의회 대표단이 15일(현지 시간)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면담한 가운데 중국이 군사 보복 작전에 나섰다. 미국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문 12일 만에 의회 대표단이 14일 대만을 찾은 데 이어 이달 말 또 다른 의회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대만 봉쇄 훈련을 벌였던) 중국군 동부전구가 대만 주변 해·공역에서 다양한 병종을 조직해 연합 전투 대비 순찰·실전 훈련을 했다”며 “미국과 대만이 결단한 도발에 대한 결연한 반격으로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중국군 전투기와 군함들이 대만 주변을 에워싸며 실탄사격 훈련을 벌였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수주 안에 대만해협에 군함과 전투기를 보낼 것이라 예고해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 中, 중간선·방공식별구역 잇따라 침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군은 전투 대비 훈련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에 의존해 대만의 독립을 도모하려는 것은 멸망을 자초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15일 최소 7차례 중국 전투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는 14일 중국 군용기 22대와 군함 6척이 대만해협에서 탐지됐다고 밝혔다. 수호이(Su)-30 4대와 젠(J)-16 2대 등 전투기 11대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고 KJ-500 조기경보기 1대는 서남부 ADIZ를 침범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인 마키 의원 등 민주당·공화당 상·하원 의원 5명은 이날 차이 총통과 면담하고 대만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 의원들과 회동했다. 전날 대만에 도착한 의회 대표단은 16일까지 미국-대만 관계와 지역 안보, 무역 및 투자, 글로벌 공급망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주대만 미국협회(AIT)는 밝혔다.
민주당 소속 마키 의원은 지난해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 지원과 미국-대만 군사협력 강화를 담은 ‘대만 보장법(Taiwan Assure Act)’을 발의하는 등 친(親)대만 행보를 보여 온 중진 의원이다. 의회 대표단 일원인 존 개러멘디 하원 군사위원회 준비태세소위원장은 국방부의 대만 무기 지원을 심사하고 있다.
미 의회 대표단은 또 미국-대만이 추진 중인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대표단과 만난 자오톈린(趙天麟) 입법위원은 올해 안에 무역 이니셔티브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대만 롄허(聯合)보가 전했다. 중국은 무역 이니셔티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 “美, 이달 의회 대표단 또 방문”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중국연구실장은 14일 뉴욕타임스에 “많은 의원이 대만을 방문해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며 “또 다른 의회 대표단이 이달 말 대만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중국해에서도 미중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중국과 태국 연합공군훈련 ‘팰컨 스트라이크 2022’가 태국 북동부 우돈타니 공군기지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1970년대 미중 데탕트(긴장 완화)를 설계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국 지도부는 균형 감각을 잃었고 전략적 리더십도 부족하다”며 “미중 관계 기본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전제다. 이 전제를 깨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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