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증세와 감세 교묘히 뒤섞어 지지층 영합하려는 ‘보유세 정치’

증세와 감세 교묘히 뒤섞어 지지층 영합하려는 ‘보유세 정치’

Posted October. 29, 2020 08:15,   

Updated October. 29, 2020 08:15

日本語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재산세 부담(완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조만간 당정회의 논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격 9억 원(시가 약 13억 원) 이하 주택 재산세율을 최대 50%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전 국토교통부 용역을 받아 국토연구원이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통해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끌어올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을 발표해 놓고 이튿날 ‘재산세를 깎아주겠다’고 하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실은 두 정책엔 일관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비싼 집(공시가격 15억 원 이상)에 사는 사람들의 보유세는 5년 만에 2배 넘게 올리는 반면 중저가 주택(9억 원 미만)에 사는 이들에겐 10년에 걸쳐 천천히 공시가격을 올리고, 그것도 불만이 클까봐 아예 세율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이 실행되면 서울에서 중간 보다 비싼 가격의 아파트에 살지만 소득이 없는 고령자·은퇴자들까지 천만 원 넘는 보유세를 매년 내야 한다. ‘나라에 월세 내고 내 집에 산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평생 월급쟁이로 일하며 월세, 전세를 거쳐 좋은 아파트 한 채 장만한 사람들이 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은퇴와 동시에 집을 파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이미 지난 3년 새 서울 강남 3구의 재산세는 70% 넘게 오른 상태다. 상대적으로 싼 집을 보유한 사람들의 부담도 늘었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고 향후 인상속도도 훨씬 느리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의 재산세 감면 방안은 중저가 주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들 방안에 대해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공학’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고가주택 보유자들에게 차별적, 징벌적 세금을 물림으로써 증세에 대한 여타 주택보유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전세난에 허덕이는 무주택 서민의 ‘쌤통 심리’를 충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조세형평성,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나 세금부담 증가가 초래할 소비위축 우려 등을 무시하고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다. 정치적인 유불리만 따져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후유증을 남긴다. 차기 정부에까지 부담 줄 편 가르기 보유세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