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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마음이 있다면

Posted September. 23, 2020 08:15,   

Updated September. 23, 20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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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포클레스의 ‘필록테테스’는 ‘오이디푸스 왕’이나 ‘안티고네’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마음의 상처에 대해 심오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필록테테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던 그리스군 장수였다. 그에게는 과녁에 백발백중 명중하는 활이 있었다. 그가 트로이로 가는 도중에 독사에게 발을 물렸다. 고통으로 울부짖는 소리와 상처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가 모두를 질겁하게 만들었다. 그가 방해가 되자 그들은 그를 무인도에 버리고 떠났다. 그래서 그는 십 년을 동굴에서 살았다. 목이 마르면 빗물을 받아 먹고 배가 고프면 활로 날짐승이나 들짐승을 잡아서 먹었다.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고통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발을 잘라내고 싶을 정도로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더 힘든 것은 배반감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였다. 그는 증오로 버텼다.

 그런데 그리스군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언에 따르면 필록테테스의 활 없이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무인도에 버린 그를 이제는 데려와야 했다. 오디세우스에게 그 임무가 맡겨졌다. 그는 국가를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죽은 아킬레우스의 아들인 젊은 장수를 데리고 가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필록테테스를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필요하다면 죽이고 활만이라도 가져갈 심산이었다.

 젊은 장수는 처음에는 오디세우스의 말대로 했지만, 필록테테스가 살아온 눈물겨운 삶과 격렬한 고통에 실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배반당한 사람을 또 배반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활을 필록테테스에게 돌려주고 국가에 등을 돌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국가를 구한 것은 그러한 인간적인 몸짓이었다. 결국 필록테테스는 트로이로 가서 치료를 받고 그리스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소포클레스가 여든세 살에 쓴 ‘필록테테스’에서 강조한 것은 개인만이 아니라 국가에도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개인의 아픈 상처를 보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