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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스캔들’ 스페인 前국왕, 굴욕적 퇴장

‘부패 스캔들’ 스페인 前국왕, 굴욕적 퇴장

Posted August. 05, 2020 08:52,   

Updated August. 05, 20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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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억 달러(약 1200억 원)가 넘는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전 국왕(92·사진)이 고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를로스 전 국왕은 3일 아들인 펠리페 6세 국왕에게 보낸 서신에서 “심사숙고 끝에 스페인을 떠나 있기로 결정했다”며 “스페인을 떠나 있더라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그가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떠났다고 전했으나 정확한 소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975년부터 2014년까지 39년간 국왕으로 재임한 카를로스 전 국왕은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사망 후 왕위에 오르며 스페인 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존경받았다. 하지만 스페인 금융위기 당시 코끼리 사냥여행을 떠나는 등 처신 문제와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의 공금횡령 등 추문이 겹치면서 2014년 아들에게 왕위를 넘겼다.

 그의 사퇴 이후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 스페인 검찰은 6월 카를로스 전 국왕이 사우디의 고속철도 건설에 참여한 스페인 컨소시엄 계약을 중재한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거액을 자신과 내연관계인 사업가를 통해 스위스의 비밀계좌에 넣어두고 세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 현지 언론은 카를로스 전 국왕이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전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6500만 유로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스위스 검찰은 그가 파나마 등의 유령회사를 통해 돈을 세탁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세탁된 자금이 현 국왕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펠리페 6세는 아버지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펠리페 6세는 3월 아버지 유산의 상속을 포기하며 전임 국왕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BBC는 이번 사건을 “스페인의 민주주의를 이끈 리더로 역사에 남는 듯했던 국왕의 굴욕적인 퇴장”이라고 평가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