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현실닥칠 日징용기업 자산 현금화... ‘보복 악순환’ 파국 막아야

현실닥칠 日징용기업 자산 현금화... ‘보복 악순환’ 파국 막아야

Posted August. 03, 2020 08:37,   

Updated August. 03, 2020 08:37

日本語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압류자산 현금화가 내일(4일 0시)부터 가능해진다. 2018년 10월 30일 일본제철(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지 근 2년만이다. 손해배상을 위한 일본제철 재산압류 명령의 공시송달 기한이 만료돼 언제든 매각절차가 시작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산 현금화 조치는 그간 한일관계의 시한폭탄이라 불려왔다. 일본 정부는 벌써부터 2차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있다.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조건 강화,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이 거론되고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와 송금 규제 카드도 만지작거린다고 한다.

 강제징용 판결은 지난 2년간 한일갈등의 진앙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제외라는 1차 보복에 나서자 한국도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중단 등 대항조치에 나서면서 ‘보복의 악순환’에 빠졌다. 앞으로 자산매각이 실행되면 대립과 갈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공시송달 기한이 만료됐다고 해서 당장 자산 현금화 조치가 실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자산 현금화가 언젠가는 이뤄질 수 밖에 없는데, 한일 양국 정부는 사실상 문제해결을 외면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2022년 봄 대선, 일본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의 지지도 하락 등 정치일정과 상황을 고려하면 양국 정권의 한일관계 방치 행태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한일간 인식은 그 간극이 매우 커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게 현실이다. 양국 정치 지도자들이 한일갈등을 국내정치에 이용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본 도쿄신문은 최근 사설에서 “이제 정부 차원의 타개책은 요원해보인다”며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과 한국인 피해자가 화해를 모색하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물밑에서 잠깐이나마 진행됐던 의회와 양국 지식인 차원의 대화라도 재개해야 한다. 양국의 뜻있는 정치인·지식인들이 각각 자국내에서 공론의 장을 마련해 해결책을 토론한뒤 만나서 공동 권고안을 만들어 양국 정부에 제안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 하다. 이대로 감정만 내세우며 시간을 끌어선 안된다. 좀 더 냉철한 자세로 대치 국면을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서영아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