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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영변 폐기-제재 해제’ 결렬지점서 다시 협상 시작을”

“북미 ‘영변 폐기-제재 해제’ 결렬지점서 다시 협상 시작을”

Posted April. 15, 2021 08:29,   

Updated April. 15, 20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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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결렬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제기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요구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조만간 발표할 새 대북전략에 정부의 이런 구상이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4일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힌 만큼 회담이 결렬된 지점에서 북-미가 다시 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해체 의사를 밝히면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2016∼2017년 채택된 대북 제재 5건을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 핵시설 폐기도 포함시켜야 한다”며 거부했다.

 임기 말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김 위원장의 요구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협상해 가는 것이 그동안 강조해 온 조속한 북-미 협상 재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도 비핵화 첫 단계로 북핵 동결과 일부 제한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이 현실적이라는 제안이 나오고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통해 북한에 협상 재개 의사를 타진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정부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뚜렷한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김 위원장이 핵보유국을 주장하며 핵 포기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협상에서 ‘같은 말을 두 번 사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선(先)종전선언 후(後)비핵화 협상’의 필요성도 미국에 전달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종전선언을 통해 북-미, 남북 간 신뢰 구축이 돼야 북핵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정부는 2018년 북-미 관계 개선, 북한 체제 보장,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한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을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도 바이든 행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