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탄도미사일’ 언급조차 안 한 靑… 北눈치보기 논란

‘탄도미사일’ 언급조차 안 한 靑… 北눈치보기 논란

Posted March. 26, 2021 08:13,   

Updated March. 26, 2021 08:13

日本語

 북한이 25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1년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면서 새 대북전략 채택을 위한 대북정책 검토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음 달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주 막바지에 이른 대북정책 검토를 집중 협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북한은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항이 아닌 순항미사일을 쏜 뒤 4일 만에 안보리 위반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릴레이 발사’로 위협 수위를 높였다. 미국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바꾸라”는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이 도발 수위를 한층 높여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SLBM보다 대남타격 신종무기 테스트에 무게

 이날 폭스뉴스는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을 보도했다. 지난해와 올해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 4, 5형 SLBM의 테스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은 SLBM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SLBM 여부 관련 질의에 “뭐라고 특정할 순 없지만 지상에서 발사됐고, 비행고도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통상 잠수함이나 바지선의 수중 발사대에서 발사돼 수백 km 치솟아 비행하는 SLBM과는 비행 궤적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군이 발표한 비행거리(450km)와 정점고도(60km)를 볼 때 대남타격 신종무기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낮은 고도를 유지하면서 음속의 5, 6배 이상으로 날아가는 것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대남타격 신종무기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낙하 시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을 했을 경우 ‘북한판 이스칸데르’ 또는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일 가능성이 더욱 유력해진다.

 일각에선 올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초 개발을 공식화한 극초음속 활강무기나 전술핵 탑재용으로 성능을 개량한 뒤 시험 발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5·6연장 등 다양한 형태로 이동식발사대(TEL)에 장착해 공개된 초대형방사포(KN-25)나 또 다른 신형무기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의 현장 참관 여부에 대해 군은 “단정적으로 쓰지 말아 달라”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날(24일) 민항기 추적사이트에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평양을 이륙해 동쪽으로 비행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미 정찰기들도 잇달아 동해상에 전개된 것이 사전징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곳으로 알려진 함남 연포비행장은 2019년과 2020년 김 위원장이 초대형방사포 시험 발사를 참관한 선덕비행장에서 약 7km 떨어져 있다.

○ 김여정의 ‘위기의 3월’ 경고 현실화되나

 1월 당 대회 이후 한동안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내지 않던 북한이 ‘릴레이 미사일 도발’을 시작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위기를 고조시켜 가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달 미국이 내놓을 대북정책이 억지와 압박에 무게를 둘 경우 미국 위협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까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을 전후한 시점도 추가 도발 시점으로 거론된다. 16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주장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16일 담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발사 시점이 22일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겨냥해 “적대세력에 맞서 단결을 강화하자”고 한 직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뒷배’ 삼아 도발에 나섰다는 것.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경우 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추가 제재가 어렵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