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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미군부대 93개 건물 보존할듯

Posted November. 02, 2020 08:32,   

Updated November. 02, 20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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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사령부로부터 80년 만에 반환받은 인천 부평 미군부대 ‘캠프마켓’ 일부 구역이 인천 시민의 날인 지난달 14일 처음 개방됐다. 일제 침략전쟁 말기 한반도 내 최대 군수기지이자 강제노역 현장이었던 옛 일본 육군 조병창(造兵廠)기지 자리인 미군부대가 시민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또 문화재청은 최근 미군부대와 맞붙어 있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였던 ‘부평 미쓰비스 줄사택’에 대한 보존 권고를 부평구에 요청했다. 인천시는 시민 공론화를 통해 일본 식민지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는 캠프마켓과 미쓰비스 줄사택에 대한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중일전쟁∼태평양전쟁 때 박격포, 소총, 총검, 탄약, 포탄, 방탄 강판, 차량을 생산하던 일본 육군조병창기지와 일제 최대 군수업체 미쓰비시(三菱) 부평공장의 근로자 숙소(줄사택)를 식민지 군수산업유산으로 남기려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옛 건물 90여 개동으로 구성된 캠프마켓

 6·25전쟁 직후 미군은 부평구 전역에 캠프마켓을 비롯해 캠프그랜트, 캠프애덤스, 캠프해리슨 등 7개 부대를 건설했다. 미 제24군수지원사령부 산하 부대들이 주둔한 지역을 통칭 ‘애스컴시티’라고 부르며 항공대, 보급창, 공병대, 의무대, 후송병원을 운영했다. 1973년 캠프마켓만 남기고 다른 시설을 서울 용산 등지로 옮기면서 애스컴시티가 해체됐다.

 캠프마켓 44만 m² 중 지난해 1단계 21만 m²가 한국에 반환됐고, 미반환 용지 23만 m²를 미군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미군부대 내 토양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돼 이번에 정화작업이 필요 없는 야구장 등 체육시설 용지인 4만2000m²가 우선 개방됐다.

 34명으로 구성된 민관거버넌스 형태의 ‘인천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시민참여위원회’(시민참여위)는 미군부대 내 93개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는 전제 아래 공원 및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1939년경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38개 건물은 나무 천장에다 적벽돌 외벽 모습이 많다. 미군이 쓰고 있는 건물엔 대형 제빵공장을 비롯해 물류시설, 통신대, 공병대 등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참여위 내부에선 무기 생산을 위한 용광로와 굴뚝이 있는 건물에 평화를 상징하는 조각품을 설치하고 교실처럼 생긴 일본식 2층 건물을 예술가 레지던스로 꾸미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문화예술고와 예술대학, 도서관, 음악홀, 박물관, 전시공간 등 다양한 문화시설 유치도 거론되고 있다. 최용규 캠프마켓시민참여위원회 공동위원장(인천대 이사장)은 “토양오염 정화, 건물 개·보수 등에 투입될 엄청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며 “내년 이후 미군이 완전히 이전하기 전 총괄감독 같은 제도를 도입해 시설 활용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남한 유일의 강제노역 현장

 부평역사박물관의 학술조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미쓰비시그룹이 한반도 내 운영하던 노무작업장이 탄광 및 광산 88곳, 군수공장 22곳을 포함해 114개에 달했다. 이 시설들의 흔적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부평지역에 굴착기, 강제강기, 강판 등을 생산하던 공장시설(경인전철 부평역에서 백운역 사이)도 사라졌고 공장 주변의 노동자 합숙소 일부만 남아 있다.

 미쓰비시 부평공장이 있던 자리(현 부평공원)에는 시민 성금으로 건립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2017년 8월 세워졌다. 일본 육군조병창기지 주변에는 미쓰비시를 비롯해 히로나카, 조선영단, 경인기업 등 군수품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었다. 공장 주변에 소학교, 우체국, 극장, 금융기관과 함께 노동자들의 생활공간인 줄사택이 들어섰다. 줄사택은 지붕을 하나로 연결한 1개동에 부엌 달린 작은 방을 10개 정도씩 다닥다닥 붙인 형태였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한때 1000채 정도 있다가 2017년까지 재개발 등으로 13개동 87채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부평구가 붕괴 위험이 높은 노후 시설에 주민 독서실과 복지시설을 짓기 위해 3개동을 헐었다. 이어 공용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4개동을 추가로 철거하려다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보존 권고를 받았다. 철거 과정에서 실측 기록화작업을 했고 목재, 기와 등의 건축자재 일부를 해체 수습해 부평역사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미군부대와 줄사택을 연계해 식민지 유산을 보여줄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희제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