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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절벽’ 이즈음, 관객이 소환한 9년전 영화

‘관객 절벽’ 이즈음, 관객이 소환한 9년전 영화

Posted May. 18, 2020 09:21,   

Updated May. 18, 20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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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미카엘이야.”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간 첫날, 용기 있게 첫인사를 건네준 친구에게 진짜 이름이 아니라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남자 이름이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남자아이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잘하는, 소년이 되고 싶은 10세 소녀 로레의 성장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작품상을 놓고 경쟁했던 프랑스 셀린 시아마 감독의 2011년 작품 ‘톰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이 ‘관객 절벽’에 처한 가운데서도 9년 전 작품을 소환한 주인공은 관객들이다. 올 1월 국내 개봉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입소문만으로 관객 14만 명을 모으면서 시아마 감독의 전작(前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달 시아마 감독의 영화를 모은 기획전에서 ‘톰보이’를 본 관객들은 “정식으로 개봉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그 결과 이달 14일 ‘톰보이’는 극장에서 개봉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저 표현하고픈 시기. 어른들이 규정해놓은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든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영화언어로 사랑스럽게 스크린에 풀어냈다.

  ‘미카엘’이라는 비밀을 안고 지내는 로레의 여름날은 여느 스릴러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언니의 비밀을 알아챈 잔망스러운 여동생 잔은 여기에 사랑스러운 웃음을 더한다. ‘원피스’와 ‘축구’로 구별 지어진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나한테는 오빠가 있는데 언니보다 좋은 것 같아”라며 친구에게 자랑하는 잔의 모습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미카엘이자 로레 역을 맡은 조 허란과 동생 잔 역을 맡은 말론 레바나 등 아역들의 연기가 눈부시다. 소년과 소녀를 넘나드는 얼굴,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로레의 눈빛은 시아마 감독이 캐스팅에 성공했음을 입증한다. 다른 아역들에 허란의 진짜 친구들을 캐스팅해 자유분방하지만 천진난만하지만은 않은 아이들 세계를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영화는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지난 주말 1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