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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날씨? 타자?...예상 깬 홈런쇼 왜?

Posted May. 14, 2020 08:27,   

Updated May. 14, 20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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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고타저(投高打低) 바람은 1년 만에 끝이 난 걸까.

 12일까지 열린 2020 프로야구 32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총 76개, 경기당 2.4개꼴이다. 공인구 반발 계수를 줄인 지난해 경기당 평균 홈런은 1.4개밖에 되지 않았다.

 이날까지 전체 타석(2494타석) 가운데 2.93%가 홈런으로 끝났다. 2018년(3.09%)과 1999년(3.07%)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시즌 초반이라 표본이 많지 않다고 해도 작년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1.82%에 머물렀다.

 확실히 올해는 공이 멀리 날아가고 있다. 두산 베테랑 투수 이현승(37)은 “선수들 사이에서 ‘저 타구가 저렇게 멀리까지 날아가는 게 맞나’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단 ‘공이 바뀌었다’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 타격 기록이 저조했던 건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공인구 반발 계수를 일부러 낮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KBO는 7일 이미 “공인구 수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샘플이 합격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힌 상태다. 반발 계수의 합격 기준은 0.4034∼0.4234이다. 크기와 무게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 대신 타자들이 반발 계수가 낮은 공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해 6홈런으로 데뷔 후 최저 기록을 쓴 한화 김태균(38)은 “지난해에는 잘 맞은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자꾸 잡히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타자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타격 폼이 무너진 선수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경험이 쌓이면서 다들 자기 폼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가짐뿐 아니라 타격 메커니즘을 바꾼 선수도 많다. 지난해 홈런왕(33개) 박병호(34·키움)는 “타자들이 타격 포인트를 앞쪽으로 끌고 오는 연습을 많이 했다. 올해는 시즌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타격 폼에 더욱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3월 23일)보다 43일 늦은 5월 5일이 되어서야 개막을 맞았다. 그러면서 타자뿐 아니라 투수도 준비 기간이 늘었다.

 그런데도 타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높은 기온’도 영향을 끼쳤을 개연성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초순 평균 기온은 18.7도로 지난해 3월 하순(7도)보다 12도 가까이 높았다.

 그동안의 통계에 따르면 야구에서는 기온이 올라가면 장타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2009∼2018년 10년간 프로야구 경기 기온별 장타율을 살펴보면 9도 이하일 때는 0.371이었지만 10∼19도가 되면 0.410으로 올랐다. 30도 이상이 되면 장타율은 0.434까지 오른다.

 기상청은 올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고 예보했다. 정말 기온이 영향을 끼쳤다면 시즌 내내 ‘홈런 쇼’가 펼쳐진대도 놀랄 일이 아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