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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 테니스’ 챔프 먹은 머리

Posted May. 02, 2020 09:54,   

Updated May. 02, 20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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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재’ 테스트 하나. PS라는 알파벳 두 글자를 보고 ‘추신’(Postscript)이라는 표현을 떠올랐다면 아재로 불릴 만하다. 최근에는 이 말을 일본 소니가 내놓은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지칭할 때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테니스 간판스타 앤디 머리(33·영국·세계랭킹 129위)가 자신의 커리어에 ‘PS 클레이코트’ 우승이라는 이색 경력을 추가했다. 머리는 1일 막을 내린 ‘마드리드 오픈 버추얼(Virtual) 프로’ 남자 단식 결승에서 다비드 고팽(30·벨기에·10위)을 7-5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자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머리가 PS 클레이코트에서 우승 경험을 쌓았다”고 소개했다.

 머리는 이 대회 우승 상금으로 15만 유로(약 2억 원)를 받게 됐다. 머리는 이 돈을 절반씩 나눠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와 테니스 선수 돕기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테니스 선수 돕기 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어 일정이 중단되는 바람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하위 랭킹 선수들을 돕자는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마드리드 오픈은 원래 1∼10일 올해 대회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일정을 취소했고, 대신 참가 선수가 각자 자택에서 온라인 게임 타이틀 ‘테니스 월드 투어’를 통해 맞붙는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 대회가 바로 버추얼 프로다.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진행한 이 대회에는 머리를 비롯해 세계 랭킹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 3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 등 남녀 선수 각 16명이 출전했다. 대회 방식은 남녀 4개조로 나눠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조별 예선 경기를 치른 뒤 4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자를 결정했다. 경기는 한 세트 단판 승부였고 팬들은 대회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을 통해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머리는 2012년 US오픈, 2013·2016년 윔블던 우승을 포함해 ATP투어에서 총 67차례 단식 타이틀을 따냈고,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나달과 세계 남자 테니스 빅4로 이름을 날리며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세계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허리, 고관절 등 잦은 부상으로 은퇴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ATP투어 유러피언오픈에서 2년 7개월 만에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여자 단식에서는 지난해 마드리드 오픈 챔피언 키키 베르턴스(29·네덜란드·7위)가 피오네 페로(23·벨기에·53위)를 6-1로 물리치고 ‘온라인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