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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한해도 빠짐없이 신곡 냈죠”

Posted April. 27, 2020 08:46,   

Updated April. 27, 20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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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뮤지가 동아방송대에 다니는 친구의 음악을 제작해 준 게 계기가 됐다. 그 친구가 “우리 학교에 ‘미친’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뮤지는 유세윤 등 그 미치도록 웃긴 일당의 술자리에 합류한 뒤 절친이 됐다. 유세윤은 당시 약관에 무명의 뮤지가 건넨 자작곡 데모 CD가 너무 좋아 차에서 줄곧 듣고 다녔다고.

 그로부터 약 10년 뒤, 2009년 결혼 후 취미를 못 찾아 방황하던 유세윤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뮤지의 집 문을 두드렸다. 음악이나 한번 배워 보자는 심산이었다. 뮤지는 노래 제작 과정부터 알려주기로 했다.

 “이렇게 드럼과 베이스를 찍고, 코드 진행을 입혀 MR(반주)가 완성되면 이 위에 멜로디를 만들고 작사하면 곡이 완성되는 거다.”

 가만히 듣던 유세윤이 짧게 답했다.

 “그럼 이 위에 내가 랩을 해봐도 되겠느냐.”

 뜻밖의 답이었다. 일단 녹음 버튼을 눌렀다.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전화해서 미안해/합의하에 헤어져놓고 문자해서 미안해….”

 뮤지는 그때 그 랩을 뱉어내던 유세윤의 표정을 아직도 못 잊는다고. 생각지도 못하게 만들어진 음원을 유세윤은 슬쩍 자신의 미니홈피 게시판에 올렸다. 이게 터졌다.

  ‘너의 일촌 댓글 파도 타고/널 볼 수 있지만 초라한 나’ 같은 가사는 당대 미니홈피 사용자들의 감성을 직관적으로 강타했다. 발표 이틀 만에 1000여 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작명도 순간에 됐다. 뮤지가 “형, UV 어때요?” 하자 유세윤은 배경도 묻지 않고 폭소를 터뜨렸다.

 “이름에서부터 확 오더라. 뭔가 노력했는데 실패한 느낌.”(유세윤)

 10년간 낸 웬만한 곡은 다 2주 안에 작사, 작곡, 편곡, 녹음, 뮤직비디오 촬영과 편집, 발표까지 끝났다.

 “그때의 그 첫 작업이 그대로 우리의 작업 방식으로 굳어지고 만 것이다.”(유세윤)

 UV 합류 전, 10년간 숨은 음악 고수로 암약하던 뮤지는 처음 대중의 조명을 받았다. 그것도 되게 세게.

 “유세윤은 우리나라에서 코미디를 제일 잘하는 사람 아닌가. 같이 활동하면서도 옆에서 (한국 예능계를) 구경하는 느낌이었다.”(뮤지)

 그간 발표한 수십 곡 모두가 유세윤 뮤지 공동 작사 작곡으로 돼 있다. “나의 흥얼거림마저 흔쾌히 작곡이라 해주더라.”(유세윤)

 “형이 있어 그 순간의 시너지로 곡을 완성한다. 형 없이는 자신 없다.”(뮤지)

 대중은 UV의 음악 특성을 ‘쓸데없이 고퀄(높은 퀄리티)’로 일컫는다. 유세윤은 “코미디와 멋을 별개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같이 간다”고 했다.

 앞으로 20년, 30년…. UV의 롤모델은 누굴까. 뮤지는 “(호주 록 밴드) AC/DC처럼 할아버지가 돼도 좋은 기운을 뿜는 사람”이라고, 유세윤은 “(영화 ‘총알 탄 사나이’의 배우) 레슬리 닐슨처럼 늙고 싶다”고 했다.

 근데 UV는 정말 무슨 뜻일까.

 “유부남? 유어 빅토리? 우리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자외선…. 대중이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존재. 그것이 아마도 우리이리라.”(유세윤, 뮤지)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