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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여 일 만의 정규리그 선발 등판 앞둔 노경은

570여 일 만의 정규리그 선발 등판 앞둔 노경은

Posted April. 24, 2020 08:19,   

Updated April. 24, 202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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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개막일이 오면 좋겠습니다.”

 1년 넘는 공백기를 가졌던 롯데 베테랑 투수 노경은(36)에게 프로야구 개막(5월 5일)을 맞는 소감을 묻자 “작년에도 나름의 시즌을 보내 오래 쉬었다는 느낌은 없다”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KBO리그 역대 가장 많은 1756개의 홈런이 터질 만큼 ‘타고투저’ 현상이 심했던 2018시즌에도 그는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대박도 노려볼 만했지만 원소속팀 롯데와 협상 중 갈등을 빚다가 2019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노경은이 활약할 당시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펼쳤던 롯데는 지난해 마운드가 무너지며 꼴찌로 추락했다. 공인구 반발력 감소로 다른 구단 투수들은 전년도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롯데만큼은 예외였다. 한화로 이적한 장시환(6승)이 팀 내 최다승 투수였다. 노경은을 원하는 부산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9월 새로 취임한 성민규 단장은 2년 총액 11억 원에 노경은을 다시 데려왔다.

 노경은은 “공백기는 보약이 됐다. 야구를 그만둘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야구가 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의대에서 한참 어린 후배들과 훈련하면서 타자와의 다양한 수 싸움을 공부했단다. 언제 자기를 부르는 팀이 나올지 몰라 선발 투수의 6일 주기 ‘루틴(100구 투구-유산소운동-웨이트트레이닝 및 보강훈련-롱 토스-휴식-휴식)’을 반년 정도 꾸준히 지켰다.

 새 구종인 ‘너클볼’도 장착했다. “혼자 독학해서 터득했어요. 구종이 많아지면 타자들이 생각할 게 많아져 수 싸움에서 제가 유리해지겠죠. 많이는 아니겠지만 안 던지진 않을 겁니다. 하하.”

 롯데 복귀 후 노경은은 팀 내 유망주들과 함께 호주프로야구리그(ABL)로 건너가 겨울 동안 실전 감각을 익혔다. 첫 등판부터 최고 구속 148km를 기록하며 건재를 증명했다.

 지난 시즌부터 반발력이 낮아진 KBO리그 공인구의 효과를 노경은은 올 시즌부터 체감한다. 그는 “예전에도 맞혀 잡는 승부를 해왔다. 공 반발력이 낮아지면 타자의 타구 속도도 줄기 마련이다. 컨디션이 안 좋아 무너지는 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2018시즌 때보다는) 유리한 게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더 이상 ‘꼴찌’ 롯데는 없을 거라고도 장담했다. “타격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한 허문회 감독님 부임 후 방망이가 좋아진 게 청백전을 치러 보니 실감이 난다. 투수가 5점 이하로 막아준다면 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 같은 게 생겼다. 어느 팀도 우리를 얕볼 수 없을 것이다.”

 노경은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라고 주문처럼 말했다. 유니폼을 영영 벗을 뻔한 자신을, 꼴찌의 아픔을 경험한 팀을 향한 메시지기도 했다. 롯데에서 4선발 또는 5선발이 유력한 노경은. 그는 2018년 10월 11일(KIA전 6이닝 무실점 승리) 이후 19개월 만의 정규시즌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롯데 팬들 역시 마운드에 ‘노경은총’(노경은의 별명)이 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