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강 이상설...모든 가능성 염두두고 차분하되 면밀히 대비해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뒤 심각한 중태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CNN방송 등 외신들이 어제 보도했다. 앞서 국내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심혈관계 시술을 받고 묘향산 특각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현재까지 북한 내부의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은 아직까지 미확인 정보 수준이다. 하지만 그 개연성은 낮지 않다. 건강이상설은 이미 김정은이 15일 정권의 정통성을 과시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인 태양절(김일성 생일) 참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제기됐다. 북한 매체들은 고위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보도했지만 거기에 김정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공식석상에 나온 것은 열흘 전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가 마지막이었다.

　과거에도 북한 최고지도자는 장기간 공식매체에서 모습을 감춘 적이 많았고, 그때마다 건강 문제와 내부 권력투쟁설이 제기되곤 했다. 김정은은 2014년 40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나타나기도 했다. 발목의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는 정보가 나중에 나왔다. 재작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정은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도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모습을 보여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이번에는 수술 후 중태설까지 나왔으나 우리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남북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한 때문인지, 정보력의 부재 때문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고립국가인 탓에 한미 당국의 첨단 정보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 정권은 최고지도자의 장기 두문불출을 내부 동요세력을 솎아내는 숙청의 계기로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북한의 폐쇄성 탓에 진위 확인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소문은 계속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고, 덩달아 어제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마저 출렁였다. 독재체제에서 권력자의 공백은 정권 내 권력투쟁과 함께 예측불허의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3대 세습까지 하며 권력의 견고함을 과시해온 정권인 만큼 당장 급변사태까지 내다보는 것은 섣부른 예단일 테지만 그런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처지에선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김정은의 건강이 유고(有故) 수준의 심각한 정도가 아니더라도 공식석상에 나서기 어려운 상태라면 북한은 더욱 폐쇄와 고립으로 빠져들 것이다. 장악력이 느슨해질까 봐 더욱 내부를 옥죄며 외부엔 호전적 자세를 보일 수 있다. 체제안전이 최우선인 취약국가의 불안장애와 과잉행동을 관리하는 것도 우리로선 만만찮은 과제다. 정부는 북한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