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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방역체계를 보는 유럽의 시선

Posted April. 13, 2020 08:03,   

Updated April. 13, 20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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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국민 이동제한을 하지 않은 한국은 한때 중국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망자는 굉장히 적습니다. 어떻게 이런 훌륭한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9일(현지 시간)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인 TF1 저녁뉴스에 나온 앵커의 멘트다. 이후 약 3분 동안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소개했다. BFM TV도 8일 한국 사례를 소개하며 “감염자 동선 공개, 접촉자 검사, 자가 격리 등의 조치가 통했다”고 보도했다.

 파리 교민들은 요즘 프랑스 언론을 보면서 “유럽에서 한국 정책이 이렇게 조명을 받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미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사망자만 1만 명이 훌쩍 넘었고, 유럽 여러 국가가 각종 봉쇄령으로 사실상 사회가 마비된 상황이다. 이동제한 없이 코로나에 대처 중인 한국은 모범 사례로 비치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지난달 중순까지는 한국의 빠른 검사 시스템을 주로 다뤘지만 이달 초부터는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감염자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유럽 각국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휴대전화 GPS 사용 도입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반대론자들은 한국을 모범 사례가 아니라 사생활과 인권 보호가 취약한 국가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6일자 오피니언면에 “한국은 감시와 밀고에 있어서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나라”라며 “한국인들은 타인의 잘못을 신고해 돈벌이를 한다”는 주장이 담긴 한 변호사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러자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9일 보도에서 “한국은 공산주의 국가 중국과는 다르다”며 “한국 내 데이터 수집은 법으로 엄격히 제한됐고, 전염병이 유행하는 동안에만 허용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언론 보도에는 유럽인들의 다양한 심리와 감정이 섞여 있다. 피해가 적은 한국에 대한 궁금증과 배워야 할 점, 부러움이 담겨 있다. 나아가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아시아 국가가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연히 방역시스템의 우위를 보여준 점에 대한 시기와 인정하기 싫은 감정도 묻어난다. 프랑스 지인들은 한국을 칭찬하면서도 꼭 대화 끝에는 “그래도 여러 기초분야 등 유럽의 저력은 여전하다”고 자위성 말을 붙이기도 한다.

 11일 기준 프랑스 코로나 사망자만 1만3000명을 넘고, 유럽 전체로는 7만 명에 달한다. 반면 한국 코로나 사망자는 214명으로 비교할 수 없이 적은 게 사실이다. 다만 각 국가의 방역대책에는 장단점이 있고 각 국가가 처한 환경에는 차이가 있다. 여전히 세계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어떤 방역 정책이든 유연한 사고로 접근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