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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촉발 와인스틴 유죄...고소한 여배우 “쓰레기 치워졌다”

‘미투’ 촉발 와인스틴 유죄...고소한 여배우 “쓰레기 치워졌다”

Posted February. 26, 2020 08:15,   

Updated February. 26, 20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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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미국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68)이 24일 성폭행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NYT)는 1면에 피해자 8명의 인터뷰를 싣고 그가 25년간 수십 명의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보도해 큰 파문을 불렀다. 이는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돼 각국에서 권력자 남성이 줄줄이 낙마하는 계기가 됐다.

 CNN 등에 따르면 와인스틴은 미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3급 강간 및 1급 범죄적 성폭력 1건씩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06년 당시 제작 보조였던 미리엄 헤일리(42)에 대한 성폭력, 2013년 배우 제시카 만(29)에 대한 강간 혐의가 인정됐다. 그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던 그는 바로 수감됐다. 재판부는 다음 달 11일 형량을 최종 선고하며 최장 25년을 복역할 수 있다.

 와인스틴은 성범죄 전문 유명 변호사를 고용하고, 일부 피해자들에게 300억 원의 보상금을 제시하며 재판에 임했지만 유죄 판결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고소인 중 한 명인 배우 로즈 맥가원은 “쓰레기가 치워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다만 그는 종신형을 받을 수 있는 ‘약탈적 성폭력(predatory sexual assault)’ 2건, 3급 강간 1건 등 3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평결을 받았다. 변호사는 유죄 판결을 받은 2건에 대해서도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구성된 12명의 배심원은 5일간 토론을 거친 끝에 이날 판결을 내렸다. 일부 고소인들은 ‘많은 여성에게 진실과 정의를 전달하지 못했다’며 3개 혐의가 무죄를 받은 것에 실망감을 표했다.

 1952년 뉴욕에서 유대계 보석상 아들로 태어난 와인스틴은 1979년 동생 밥과 미라맥스 영화사를 설립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펄프 픽션’ ‘잉글리시 페이션트’ ‘굿 윌 헌팅’ ‘킹스 스피치’ 등 미 아카데미와 프랑스 칸 영화제를 휩쓴 여러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해외 배급도 담당했다. 예술성이 우수하고 흥행까지 잘되는 영화의 공식을 창조했다는 찬사를 받은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3년 전 NYT 보도가 터졌을 때 세계 영화계가 발칵 뒤집힌 이유다. 그의 성폭력을 폭로한 사람에는 앤젤리나 졸리, 우마 서먼, 귀네스 팰트로, 샐마 헤이엑 등 유명 여배우가 여럿 포함됐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