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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촬영지에 인증샷 시민들 몰려

Posted February. 12, 2020 08:27,   

Updated February. 12, 202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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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우리 감독님이 상을 4개나 타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붕 떴어요.”

 11일 낮 12시 반경 서울 마포구 ‘돼지쌀슈퍼’.

 7평 남짓한 가게는 시민 2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35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온 이정식(77) 김경순 씨(73·여) 부부에게 10일은 ‘영화 같은 하루’였다. 이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이곳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봉준호 감독이 상 받는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전부 촬영했다”며 활짝 웃었다.

 벽면엔 ‘기생충 촬영 우리 슈퍼’라 큼지막하게 적은 A4용지가 붙어 있었다. 가게는 벌써부터 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통해왔다. 이 씨는 “최근엔 캐나다에서 왔다는 외국인 3명이 한국말로 또박또박 ‘안녕하세요. 캐나다에서 왔습니다. 기생충 팬입니다’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또 “노란 머리, 파란 눈 외국인이 한국 영화를 보고 한국말까지 배우니 내심 뿌듯했다”며 “미국과 일본, 스페인 등 많은 나라에서 와서 셀 수도 없다”고 귀띔했다.

  ‘기생충’의 주 무대였던 저택 세트장이 지어졌던 전북 전주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도 반응이 뜨겁다. 아쉽게도 저택은 촬영을 마무리한 뒤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시상식이 끝난 뒤 “찾아가면 세트장을 볼 수 있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전주영상위원회의 박연실 기획홍보팀장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에도 세트장을 보고 싶단 요청이 상당했다”며 “지금은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신드롬이라 할 만한 반응이 넘쳐났다. 영화 촬영지를 방문한 ‘인증샷’이나 ‘한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시상식 이후 급속도로 늘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생산업체인 농심은 11일 자사의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오스카(미 아카데미상) 트로피’도 관심을 끌고 있다. 누리꾼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돌잡이 용품으로 오스카 트로피가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도 쿠팡 등에서 ‘돌잡이용 오스카 트로피’를 판매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팔고 있던 상품인데 시상식 이후 엄청나게 주목을 받고 있다. 갑작스러워 얼떨떨할 정도”라고 말했다.

 봉 감독이 다닌 연세대는 각종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11일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주문했다”며 “봉 감독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매우 행복한 고민”이라고 했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영화감독 봉준호 동문, 오스카 4관왕 차지’란 알림을 띄워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찬바람만 불던 영화관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멀티플렉스 CGV는 10일 시상식 직후 전국 상영관 가운데 30곳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 CGV 관계자는 “최근 예약률이 극도로 저조했는데 기생충 재상영관은 벌써부터 관객 호응이 뜨겁다”며 “평일인데도 예약률이 40%를 넘어섰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전주=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