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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남 도발 전문가를 외무상에...협상 이탈은 고립만 부추길 것

北, 대남 도발 전문가를 외무상에...협상 이탈은 고립만 부추길 것

Posted January. 20, 2020 08:52,   

Updated January. 20, 20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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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장으로 교체됐다고 한다. 북한이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에 이런 인사 내용을 통보했다는 보도다. 군 출신으로 조평통을 이끌며 대남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왔던 리선권은 외교 경력이 거의 알려진 바 없다. 더욱이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리선권 임명이 공식화될 경우 이는 더욱 강경한 도발과 대결노선으로 치닫겠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리선권의 등장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나흘간에 걸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관하면서 천명한 ‘정면돌파전’에 맥이 닿아 있다. 미국은 북한이 기대하는 제재완화 등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선에 돌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보다는 현상 유지의 상황 관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북한에 유리한 방식의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도발의 강도를 한단계 더 높이겠다는 으름장으로 리선권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한 ‘평양에 책임을 묻겠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에서 “북한과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면서도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계속할 경우에 대비한 군사적 옵션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두 장관은 북한이 선의를 갖고 협상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북한은 1차 북핵 위기부터 해박한 군축 및 핵 지식으로 무장하고 협상에 관여해온 리용호를 퇴장시킴으로써 핵문제를 외교 협상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또 다른 벼랑끝 외교를 선언한 셈이다.

 리선권 등장을 계기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 이탈을 선언한다면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협상의 시간만 늦춰지고 긴장이 고조될 우려가 크다.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강경 대응으로 나서겠다면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악수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협력에만 집착할 경우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 이럴수록 북한의 비핵화목표를 토대로 한 한미 공조는 흔들림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