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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의 상징’ 마오타이주 4000병 화장실에 버린 中관료

‘뇌물의 상징’ 마오타이주 4000병 화장실에 버린 中관료

Posted January. 16, 2020 08:22,   

Updated January. 16, 202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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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가을 왕샤오광(王曉光)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부성장은 마오타이(茅台·사진)주와 관련된 자신의 부패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걸 눈치챘다. 마오타이주는 중국 국주(國酒)로 불리는 최고의 명주다. 긴장한 그는 뇌물로 받아 방 한 칸 가득 쌓아둔 마오타이주 4000병을 커다란 독에 들이부었다. 값비싼 술이라는 걸 숨기기 위해 제조연도가 오래된 포장 박스는 전부 찢어서 버렸다. 마오타이주는 오래될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그래도 불안했던 그는 독 안의 마오타이주를 화장실 하수관에 내다버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굽힌 채 끝도 없이 술을 버리는 모습을 본 그의 아내는 “버리고 버려도, 따르고 따라도, 마시고 마셔도 끝이 없네. 이럴 줄 알았으면 당초 뭐 하러 (뇌물로) 받았나”라며 혀를 찼다.

 왕샤오광은 결국 감찰 당국에 적발돼 2018년 뇌물, 횡령 혐의 등으로 당직과 공직을 박탈당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2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왕샤오광의 부패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그는 구이저우성 마오타이그룹으로부터 가족과 친척 명의로 열 수 있는 마오타이주 전문 판매점 4곳의 경영권도 받아냈다. 그가 7년 동안 벌어들인 돈은 4000만 위안(약 67억 원)에 달했다. 그의 부패에 연루된 마오타이그룹 회장 위안런궈(袁仁國)도 지난해 당직과 공직에서 물러났다.

 위안런궈는 구이저우 등 지방 정부 관료뿐 아니라 중앙 정부 관료에게까지 마오타이주 판매점 경영권을 뇌물로 제공했다. 마오타이주는 판매권을 얻어도 매년 수 t밖에 팔지 못한다. 하지만 위안런궈는 수십∼수백 t의 판매권을 고위 관료들에게 몰래 넘겼다. 왕샤오광은 마오타이주 131.48t를 팔아 이익을 챙겼다.

 광둥(廣東)성 선전(深(수,천))시의 한 국유기업은 신년 행사에서 고가의 마오타이주 파티를 벌였다가 감찰 당국에 적발됐다. 선전TV에 따르면 선전시 국유 건설회사 광밍(光明)구건설발전그룹유한공사 임직원들은 4일 열린 연례 보고회에서 1병에 8000위안(약 134만 원)에 달하는 마오타이주 20병 16만 위안(약 2700만 원)어치를 나눠 마셨다. 선전시 감찰당국은 공무원의 사치풍조 근절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이 기업 회장의 직위를 해제했다.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 등 중국 최고 권력자들이 즐겨 마시며 국민주로 사랑받아온 마오타이주가 부패와 사치의 상징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만찬장에 내놓은 마오타이주는 1960∼80년대 생산된 최고급 품질로 당시 가격이 128만 위안(약 2억1500만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