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서울 초교 마지막 졸업식 ‘조금 먼저 온 미래’

서울 초교 마지막 졸업식 ‘조금 먼저 온 미래’

Posted January. 11, 2020 08:43,   

Updated January. 11, 2020 08:43

日本語

 10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염강초교에서 졸업식이 열렸다. 염강초는 전교생이 약 150명, 졸업생이 38명인 작은 학교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이날 졸업식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포함해 300명이 넘게 모였다. 단상 위 플래카드에 적힌 ‘조금 먼저 온 미래’라는 문구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염강초는 3월 폐교를 앞두고 있다. 서울에서 학생 수가 적어 문을 닫는 첫 공립초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이날이 1994년 개교한 이 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이 된 것이다. 학교를 떠나게 된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던 운동장, 즐거웠던 느티나무 축제…우리의 추억이 깃든 학교가 사라진다는 게 아쉬워요”라고 입을 모았다. 졸업생 이모 군(12)은 “교실 체육관 어디서나 행복했는데, 학교가 왜 문을 닫아야 하는지…”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3월 폐교 방침이 정해진 뒤 불안해하던 학부모들은 시원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6학년 1반 학부모 A 씨는 “폐교 소식을 들은 뒤로는 졸업하기 전에 전학을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다”며 “다행히 아이가 졸업하게 됐지만 정든 모교가 아예 없어진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날 졸업식에는 염강초 출신의 중학생도 여러 명 찾아와 마지막으로 교가를 제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초 마곡지구에 중학교 1곳을 신설하는 대신 학생 수가 적은 근처 초중학교 3곳의 폐교를 권고했다. 그중 하나가 염강초다. 이에 따라 현재 1∼5학년 학생들은 근처 초등학교로 뿔뿔이 흩어진다. 학생 수 감소로 정든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된 이들은 말 그대로 ‘조금 먼저 온 미래’를 맞은 셈이다. 행사 도중 몇몇 재학생은 눈물을 훔쳤다. 사회를 맡은 교사도 “우리 학생들이 우는 것을 보니 선생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허혜정 염강초 교장은 “넓은 우주에서 지구, 그중에서도 아시아의 이 한국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며 “새 학교에서도 그 만남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례적으로 초교 졸업식에 영상메시지를 보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새 학교에서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산율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앞으로 서울에서도 염강초처럼 폐교나 통합 수순을 밟는 학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구 전문가들은 10년 뒤 전국 초등학교의 3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수연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