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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내달 정상회담, 유치한 ‘국내정치’ 접고 진짜 정치력 발휘하라

韓日내달 정상회담, 유치한 ‘국내정치’ 접고 진짜 정치력 발휘하라

Posted November. 25, 2019 09:25,   

Updated November. 25, 20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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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외교장관은 23일 나고야에서 만나 다음 달 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그 성사를 위해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간 공식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넘게 열리지 않았던 만큼 내달 회담이 성사되면 한일갈등 해소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6시간 남기고 이뤄진 한일 간 휴전 합의는 일단 외교적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은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측이 모두 퇴로를 찾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누가 이겼느니, 누가 더 양보했느니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일 간에는 여전히 상대를 자극하는 듯한 언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일본이 먼저 수출규제 조치 재검토 의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일본 측은 한국이 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미국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양측은 나아가 언제든 갈등 국면으로 되돌아갈 것을 경고하고 있다. 내달 정상회담이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유치한 신경전은 양국 정부가 다분히 자국 내 여론, 특히 지지층을 의식한 국내정치에 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국가 간 외교가 국내정치의 포로가 돼 있는 것이다. 더욱이 양국 간 과거사 문제는 법적으로 쉽게 풀 수 없는 난제다.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불완전한 한일협정, 배상이냐 보상이냐 등 법적 논란은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이런 논란에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는 게 한일관계의 현실이다.

 최근 한일 간에 강제징용 해법을 두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1+1+α(알파)’안, 즉 한국과 일본 기업,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기금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 해법은 정부와 정치권, 나아가 기업과 피해자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이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집행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해법 찾기에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한일 양국은 눈앞의 정치적 욕심에 매달려 국가 간 화해를 이룰 귀중한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국가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여론에 초연할 수는 없겠지만, 그 여론을 한데 모으는 책무를 저버려선 안 된다. 그것은 두고두고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벼랑 끝 외교도 한번으로 충분하다. 진정 탁월한 정치력(statesmanship)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