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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위비 증액 압박에 발끈한 유럽 “동맹국과 장사하나”

트럼프 방위비 증액 압박에 발끈한 유럽 “동맹국과 장사하나”

Posted November. 11, 2019 07:39,   

Updated November. 11, 20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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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상대로 기존의 5배에 이르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을 상대로도 분담금 증액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거센 압박에 유럽 내에서도 동맹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날 계획이다. 백악관은 9일 이 일정을 공개하면서 “나토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 진전 및 더 공평한 분담금 보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독일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나토의 ‘큰손’ 회원국인 독일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제기했다. 국무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을 만나 시리아, 이란, 러시아, 중국의 위협 등 현안과 함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의제로 꺼냈다.

 앞서 지난달 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공동안보에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며 증액을 요구하는 등 미국은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올해 초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내년 말까지 1000억 달러(약 115조7500억 원)의 추가 부담금을 낼 것”이라고 밝혔지만 백악관의 강도 높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에 또다시 직면했다.

 그러나 나토 내에서는 미국이 최근 시리아 철군을 동맹국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등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는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상업적 대상으로 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지적하며 “나토 동맹은 뇌사 상태(brain death)”라고 평가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7개국만 이를 지킨 상태. 1000억 달러 증액 합의와 관련해서도 대다수 회원국이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4%까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간극이 큰 상태다.

 독일의 올해 국방예산은 GDP의 1.36%다. 독일은 국방예산 증액에 일단 합의했지만 국방부가 GDP의 2% 달성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기간이 2031년까지로 12년이나 남아 있다. 독일에서도 국방예산 증액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여서 벌써부터 여당인 기독민주당(CDU)과 연정의 한 축인 사민당(SPD) 내에서 이를 둘러싼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WP는 “독일의 증액 약속에도 불구하고 시간 등 변수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해 하지 않을 결과”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