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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Posted September. 09, 2019 08:39,   

Updated September. 09, 20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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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비를 보았어. 삶에는 보다 나은 것이 있을 거야.”―트리나 폴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몇 해 전 비극적인 아동학대로 숨진 한 아이의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했다. 조사 과정에서 아이가 쓴 독서일기를 보다가 익숙한 책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꽃들에게 희망을’이었다. 아이는 이 책을 읽고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썼다. 극도의 고통과 두려움 가운데 있었을 때였다. 그럼에도 아이는 그 속에 ‘쓸모’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샛노란 표지와 큼지막한 나비 그림에 끌려 어린 시절 처음 읽은 이 책은 이후 인생의 전환점마다 내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저 높은 꼭대기를 향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만 하는 애벌레가 혹시 지금 내 모습은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꽃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나비를 우리 안에 품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한 가지 이슈에 온통 매달려 있다. 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 한다며 물고 뜯는 난장판이 따로 없다. 아이들은 그 가운데에서도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남들보다 높이 올라가야 한다. 사람들은 명문대와 의사라는 꼭대기에만 관심을 쏟는다. 이번 이슈로 적나라하게 밝혀진 우리 사회의 ‘애벌레 탑’은 아이들 마음에 품은 나비라는 희망에 어떤 생채기를 남기고 있는 것일까.

 며칠 전 대전에서는 빈곤문제로 한 가장이 열 살도 안 된 자녀 둘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 어른들이 저 높은 애벌레 탑 꼭대기만 쳐다보며 싸우는 와중에 나비가 되는 쓸모를 꿈꾸던 어린 생명들은 너무 일찍 기회를 잃었다. 이번에도 이 책은 내게, 아니 우리 어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삶에는 분명 보다 나은 것이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