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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표 CEO 181명 주주 우선주의 포기

Posted August. 21, 2019 09:43,   

Updated August. 21, 20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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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배라….

  ‘주식회사 미국(Corporate America)’을 대표하는 유명 최고경영자(CEO) 181명이 19일(현지 시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익 극대화 및 주주 가치 중시라는 기존 가치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 대신 근로자, 협력사,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와의 ‘포용적 번영(inclusive prosperity)’을 통해 양극화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CEO 188명이 가입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이날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보상 및 교육 등 직원 투자를 강화하며 납품업체를 공정하게 대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며 주주를 위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최우선 봉사 대상을 ‘주주(shareholder)’에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확대한 셈이다. 최근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래리 컬프 제너럴일렉트릭(GE) CEO 등 7명은 동참하지 않았다.

 1972년 설립된 BRT는 3∼4년에 한 번씩 성명서를 발표해왔다. 특히 올해 성명서에는 1997년부터 기재됐던 “회사는 주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주주 우선 원칙이 폐지됐다. 이들은 “모든 미국인은 노동과 창의성을 통해 성공하고 각자 삶의 의미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경제 활동을 누릴 가치가 있다”며 ‘전 미국인을 위한 경제(An Economy that serves all Americans)’도 명시했다.

 자본주의 전사(戰士)나 다름없는 미국의 세계적 대기업 CEO들이 보인 태도 변화는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일각에서 불고 있는 사회주의 바람을 차단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 자유시장 경제를 수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이날 BRT 회장 명의로 발표한 별도의 보도자료에서 “아메리칸드림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도 이런 기류가 흐르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영국 재무부와 기업부는 2022년부터 상장기업과 투자펀드에 기후 리스크가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연차 보고서에 의무적으로 싣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녹색금융 전략’이란 이름의 이 규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WSJ는 이날 성명서가 ‘시장경제학 대부’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 가치 극대화 이론에서 벗어나 중대한 철학적 전환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CNBC는 “평등과 공정이란 의제가 내년 미 대선을 지배하고 있다. 월가의 변화도 이런 기류를 반영했다”고 진단했다. NYT도 “기후변화, 임금 불평등, 근로 조건 등 공통의 문제에 직면한 주요 CEO들이 오랜 원칙을 변경하기로 했다. 사회적 감시에 대해 ‘무언의 인정’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민주당의 주요 대선주자 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버니 샌더스(버몬트) 및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둘은 이날 일제히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실질적인 계획과 행동이 없으면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