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광복 74주년, 韓日관계 미래지향으로 리셋하자

광복 74주년, 韓日관계 미래지향으로 리셋하자

Posted August. 15, 2019 07:33,   

Updated August. 15, 2019 07:33

日本語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수립 이래 최악의 나락에 빠진 상황에서 광복 74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악화일로를 달려온 한일관계는 지난달 초 일본이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돌이키기 힘든 상황으로 곤두박질쳤다. 역사·외교 이슈에 경제를 끌어들인 아베 신조 정권의 수출규제는 악화와 개선을 반복하며 어렵게나마 협력을 이어온 한일관계의 불문율 마저 깨버렸다. 뚜렷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광복절’은 일본에서는 ‘종전기념일’이다. 그 정도로 두 나라는 정반대의 역사를 걸었다. 광복 이후 74년이 흐르면서 전후(戰後) 세대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게 됐지만 양국 관계에서 과거사는 결코 덮거나 지워버릴 수 없는 핵심 변수다. 일본은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을 추구했고 실제 역사문제에 대해 지식도 부채감도 희박한 세대가 사회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은 같은 기간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뤘다. 하지만 전후 세대를 포함해 한국민 다수는 일제 강점기를 잊고 덮어버려야할 과거가 아닌 생생한 현재형 역사로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럼에도 한일 양국은 어렵게 이뤄온 협력관계를 되살리고 미래를 향해 함께 가야만 하는 숙명적 이웃이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으로 형성된 1965년 체제의 원천적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파기하자는 주장이 들린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1965년 체제 하에서 ‘윈윈’하며 경제적 발전을 구가했다는 점에서 그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봐야 한다.

 지난 한달 반동안 양국 정치권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차분한 현실타개를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12일 국내 원로 지식인 67명이 ‘1998년 김대중 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과 해법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한 특별성명은 경청할 만하다. 당시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토로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관계”로 화답했다. 원로들은 경제보복 철회와 대화 확대, 과거 협정 및 약속과 관련한 양 정부의 지속적 협상을 한일 양국에 주문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하순부터 와다 하루키 등 지식인 78명이 나서 ‘한국이 적인가’ 제하에 자국 정부에 수출규제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일 양국 모두 1965년 체제의 성숙한 업그레이드를 위해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와 국민은 면면히 이어진다. 한국을 이해하고 협력하고자 하는 일본 국민은 바로 한국의 외교적 자산이다. 반대로 국민들 사이 혐한 반일 같은 감정적 대립이 벌어지면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래자산을 갉아먹는 독소가 된다. 양국이 과거에 얽매인 싸움을 하는 동안 국제정세는 신냉전을 예고할 정도로 얼어붙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한일 간의 협력은 절실하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고, 내년에는 광복 75주년을 맞는다. 한일 양국이 역사에 발을 딛되 새로운 미래를 능동적으로 열어가는 미래지향적 관계로 리셋하는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